[소설]8월의 저편 37…42.195킬로미터 4시간54분22초(9)

  • 입력 2002년 6월 3일 18시 32분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할아버지의 남동생과 함께 조선민주애국청년동맹에서 좌익 활동을 했던 사람이 당시의 고문이 어땠는지 얘기해 주었다 큐큐 파파 부산 경찰서의 지하 취조실에서 손톱 밑을 이쑤시개로 찌르고 거꾸로 매달고 각목으로 때리고 주전자로 물을 먹이고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할아버지의 남동생은 총에 맞은 후 어딘가에 묻혔을까 아니면 고문을 받는 도중에 숨을 거뒀을까 큐큐 파파 밀양에서 무당이 비를 맞으며 산채로 묻혔다고 했는데 큐큐 파파 그는 두 다리를 묶고 주리를 틀어 관절에 고통을 가하는 고문을 겁냈던 모양이다 큐큐 파파 러너니까 다리를 큐큐 파파 하지만 결국은 다리에 총을 맞았다

큐큐 파파 총에 맞은 다리로 2미터나 되는 담을 뛰어넘고 보리밭을 달려 산꼭대기에 있는 저수지까지 큐큐 파파 거기서 쓰러졌다 그래도 거기까지는 뛰었다 큐큐 파파 내 아픔으로 그의 아픔을 가늠한다는 것은 큐큐 파파 잘못된 일이다 큐큐 파파 타인의 아픔을 헤아리라는 말도 너의 아픔을 이해한다는 말도 큐큐 파파 선의의 구토에 지나지 않는다 큐큐 파파 타인의 아픔을 아플 수는 없다 큐큐 파파 아무리 소중한 사람이 아픔을 호소한다 한들 아무리 그 아픔을 대신하고 싶다 갈망한들 큐큐 파파 아픔을 대신할 수 없다는 아픔을 아파하는 수밖에 없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잠깐 쉬면서 물 마시죠.”

“이건?”

“스포츠음료겠죠. 초코 파이 먹을래요?”

“아니, 괜찮아요.”

“그럼 내가 갖고 있을 테니까 먹고 싶으면 얘기해요. 다리를 쭉 펴요.”

왼 다리를 가드 레일에 올려놓고 두 손을 땅에 댄다 왼발 끝을 잡고 엉덩이로 끌어당긴다 허벅지를 가볍게 두드리고 심호흡 큐우 파아 큐우 파아 오른 다리를 내밀고 왼 다리 아야! 아야! 아야! 왼 무릎 주변의 근육이 일제히 비명을 지른다 그만 하라고 아프다! 아픔이 주장하고 있다 이렇게 아픈데 아직도 뛸 거냐고 큐우 파아 큐우 파아

“멈춰서면…더 아파지는 건가요? 괜히 쉬었나봐요….”

유미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