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플라자]은행서 급전을…씨티, 대금업 진출

  • 입력 2002년 6월 3일 17시 34분


【신용도가 낮은 고객을 상대로 한 소비자금융시장을 놓고 하반기부터 국내외 은행들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한지주와 씨티은행, 한미은행이 시장 진출을 공식 선언했고 국민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들도 진출을 검토 중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공공성을 띤 은행이 ‘대금업’에 진출한다며 비난하고 있지만 해당 회사들은 시장의 기선을 잡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개발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7월 초 프랑스계 BNP파리바그룹의 자회사인 세텔렘과 합작으로 소비자금융회사를 설립키로 하고 금감원에 자회사 설립인가를 신청한 상태다. 안준식 신한지주 과장은 “신한지주가 탄생하기 전인 지난해 6월 세텔렘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소비자금융에 대한 조인트 벤처 설립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시장에 갑자기 뛰어든 것이 아니라 지주회사 설립 후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차원에서 오래 전부터 계획해온 사업이라는 것. 주요 공략대상은 ‘정상적으로 경제생활을 하지만 아직 은행의 신용대출을 받을 정도의 신용을 쌓지 못한’ 은행 고객.

안 과장은 “중소기업체 등에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결혼자금 등 목돈이 필요하지만 은행의 신용대출을 받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부류의 고객에게는 높은 이자를 받아야 하고 위험관리도 따로 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은행 대출과 다른 여신 전문의 소비자금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신한지주는 세계 22개국에 진출해 소비자금융업을 하고 있는 세텔렘이 그동안 쌓아온 신용평가 능력과 영업 노하우를 최대한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리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지만 카드론 금리 수준에서 개인의 신용도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씨티은행=씨티은행은 4월 신용대출부문 자회사로 ‘씨티파이낸셜 코리아’를 설립한다는 신청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해 최근 설립인가를 받았다. 현재 자회사의 대표를 내정하고 향후 전략을 세우고 있는 상태다. 씨티파이낸셜코리아는 서울 명동 등 4, 5개 지역에 사무실을 내고 한 두 달 동안의 시험기간을 거쳐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갈 방침. 주로 월소득 100만원 이상의 월급생활자와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연리 20∼25%의 대출상품에 주력할 예정이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신용도가 다소 떨어지거나 급하게 대출을 원하는 사람들이 주요 고객이 될 것”이라며 “얼마나 빨리 대출을 해 줄 수 있고 얼마나 정확하게 신용도를 평가할 수 있는지가 사업 성공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미은행=5월 23일 이사회에서 대금업 진출을 결의했다.

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의 허가가 나면 늦어도 8월 초부터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서울에 2, 3개 점포를 우선 개설한 뒤 영업 성과를 봐가며 확대하고 대출금리는 30%선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 가운데 신용카드 대금 상환 등을 위해 급전이 필요한 소비자를 겨냥하고 있다.

▼사채 쓰던 신용 낮은 고객 제도권 흡수▼

▽어떤 이점이 있나〓은행의 대금업 진출이 본격화되면 그동안 신용도가 낮다는 이유로 똑같은 취급을 받았던 사람들이 세분화된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 등에서 차별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들을 사채시장이 아닌 제도권으로 흡수해 금융시장의 건정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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