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과 사람(23)]태국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

  • 입력 2002년 5월 31일 18시 52분


태국 최고봉 '도이 인타논' 계곡의 시원스런 물줄기가 주변을 뒤덮은 울창한열대림으로 더욱 청정해 보인다. 사진=김동주기자
태국 최고봉 '도이 인타논' 계곡의 시원스런 물줄기가 주변을 뒤덮은 울창한
열대림으로 더욱 청정해 보인다. 사진=김동주기자

태국 최고봉인 해발 2565m의 ‘인타논’산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은 태국의 자랑거리다. 이 국립공원은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수도 방콕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시간여 북쪽으로 날아가 도착한 2대 도시 치앙마이에서 다시 자동차를 타고 서쪽으로 4시간 달리면 만나게 된다. 산 정상에 군 레이더기지가 있어 포장도로가 꼭대기까지 나 있다.

태국 최고봉에서 내려다본 열대 자연림의 풍광은 이곳이 일년 내내 강렬한 태양과 넉넉한 비의 덕택으로 녹음이 우거진 천혜의 산림국임을 절감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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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등 외세가 침범해 산림자원을 약탈하기 전 태국의 국토 대부분은 숲이었으며 1960년대까지만 해도 국토의 52%가 숲이었다. 그러나 급격한 인구증가에 따른 개간과 취사용 땔나무 수요, 고급 가구재로 소문난 티크 원목을 노려 이뤄졌던 벌목 등이 횡행하면서 숲이 차지하는 면적은 현재 국토의 25%로 줄었다. 숲이 사라지고 물이 흐려지고 난 다음에서야 태국인들은 숲의 중요성, 특히 수자원의 보고로서의 숲의 가치를 절실히 깨닫게 됐다.

“태국 전체 인구 6200만명중 1000만명이 산간지대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100만명의 소수민족이 숲을 근거지로 살다보니 산림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방콕 시내 ‘카제사트’대학 산림과 교수인 수리 부미하몬 박사의 말이다. 그는 현재 추진중인 지역산림법이 제정되면 민간기업의 인공조림이 활성화돼 숲이 사라지는 추세가 진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산간지대는 태국 정부에 고마움과 함께 고민을 안겨주기도 한다. 북부 미얀마와 라오스 국경지대 산간에서는 이른바 ‘철의 삼각지대’로 불리는 아편 생산지이기 때문이다.

식량자원 확보, 취사, 마약재배 등을 위해 산림이 파괴되는 것을 막아 생명의 물을 지키기 위해 태국 정부가 나선 것은 1968년. 특히 1988년에 대홍수로 수백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은 숲을 황폐하게 만든 인간이 어떤 보복을 받는지를 일깨워주었다.

산림보호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국왕직속 ‘왕실산림재단’의 연구개발실장 산타드 로자나순톤박사는 “‘킹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추진되는 계획에는 고산족 생계 돕기와 산림자원보호 등 다양한 계획이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수자원 관리”라고 말했다. 이 계획의 별칭은 ‘숲은 물을 사랑한다’는 뜻의 ‘파 락 남’ 프로젝트. 태국 최초로 전국 토양지도를 작성하기도 한 토양학 전문가인 그는 “최근 인공위성을 통해 마약재배를 단속하면서 태국내 마약재배는 거의 근절됐다”면서 “고산족에게 아편대신 꽃을 재배하게 하고 이를 대도시에 공급해주는 계획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티크 인공조림 통해 숲 복원
치앙마이 인근의 티크 인공조림지역 모습. 고급가구재인 티크가 자생하는 태국 북부의 산은 과거 무자비한 약탈을 당했으나 민관합작회사이 인공조림이 활발해지면서 차츰 복원되고 있다. 사진=김동주기자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 일대는 일급 수자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태국 왕실산림부 내에는 총 19개의 유역개발센터와 189개 관리소가 있다. 방콕을 비롯한 남부 평원지대에 몰려있는 인구밀집지대의 상수원인 까닭에 산악지대인 북부에 유역관리소가 밀집돼 있다.

치앙마이 부근 메댕강 일대를 관할하는 ‘화이 카우 북부 유역개발센터’ 책임자인 수리씨는 “불법개간을 위해 고산족이 산림을 불태우면서 생겨난 연기 때문에 비행기가 치앙마이공항에 착륙하지 못하고 돌아간 일도 얼마전에 있었다”면서 산림보존에 대한 대민 계몽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구증가-식량부족-불법개간이란 악순환 속에서 빚어진 태국의 산림파괴 현상은 국제적 관심사로 부각돼 국제식량농업기구(FAO)도 나섰다.

각국 정부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태국 FAO 사무소에 파견된 농림부 이능완(李能完) 서기관은 “FAO가 20년 이상 지원해온 노력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최근에는 상수원인 산악지대의 저소득 농민에 친환경농작물 재배법을 전파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 내에는 소수민족인 카렌족이 2000여명, 몽족이 1500명 가량 자연부락을 형성하며 지내고 있어 관광객의 발길을 모은다.

다락논이 산 중턱까지 만들어진 카렌족 마을 초입에서 만난 모내투 누게오씨(38)는 꽃과 부인이 손을 짠 옷감을 팔며 “지낼 만하다”며 웃음을 지었지만 화전농 시절을 그리는 듯 했다. 정부는 대규모 화원을 만들어 고산족이 더 이상 산을 불태우지 않고도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도시 출신이지만 몽족 마을에 정착, 외국의 생태관광 애호가를 영어와 일본어로 안내하고 있는 산야폰 노이양(26)은 “화전 때문에 벌거벗었던 주변 산에 매년 녹음이 짙어지고 있다”면서 ‘희망의 숲’과 함께 지내는 즐거움을 오래 이야기했다.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태국)〓조헌주 기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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