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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5월 30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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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최국에 주어진 일종의 홈 어드밴티지라고 해야 할까. 감기는 눈을 비비며 새벽까지 TV 앞에 앉아 목이 터져라 응원했건만 허무하게 예선 탈락으로 끝난 프랑스 대회와 비교하면 우리가 이번에 누릴 혜택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우리와는 각각 7시간과 8시간의 시차가 있는 폴란드와 포르투갈 축구팬들이 새벽 중계 때문에 잠을 설칠 것을 생각하니 4년 전 우리가 겪었던 ‘피곤한 새벽’이 떠오른다. 적지 않은 미국 축구팬들 역시 시차 때문에 ‘불면의 월드컵’을 보낼 수밖에 없다.
▷극성스럽기로 유명한 각국 축구팬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아일랜드의 한 축구동우회는 5000명의 서명을 받아 표준시를 한국(일본)시간에 맞춰 9시간 앞당기라는 청원을 정부에 냈다. 영국 성공회는 잉글랜드의 첫 경기가 일요일인 6월2일 오전 10시반에 시작되는 ‘불상사’가 생기자 전국 교회에 예배시간을 변경하거나 신자들이 교회에서 TV를 시청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영국의 바클레이 카드사는 영국 축구팬의 40%가 월드컵 중계방송을 시청하기 위해 조퇴 지각 또는 결근을 할 것이라며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32억파운드(약 5조76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 TV 시청자뿐만 아니라 대표팀 선수들까지 시차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으면 좋겠다. 외국팀들이 서둘러 입국해 시차적응을 위해 노력했다 하나 생체리듬이 단기간에 완전히 바뀌기는 어렵다고 보면 기대할 만도 하다. 익숙한 경기장의 잔디와 날씨 음식 그리고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도 우리 선수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여건은 어느 대회 때보다 우리 팀에 유리하다. 애를 써서 월드컵을 안방으로 끌고 온 덕분이다. 이번에는 경기가 끝난 뒤 승리에 취해 밤잠을 설치고 싶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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