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월드컵의 아침이 밝았다

  • 입력 2002년 5월 30일 18시 37분


21세기의 첫 지구촌 축제인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가 오늘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그 화려한 개막식을 갖는다. 앞으로 한 달 동안 세계인의 눈과 귀가 한반도와 일본열도로 집중될 것이다. 새 천년의 첫 월드컵이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서 열리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21세기가 아시아의 세기이자 그 중심무대가 동북아시아가 될 것임을 함축적으로 상징하는 것이다.

새로운 세기의 중심적 가치는 ‘관용’이다. 이른바 냉전(冷戰)의 종식 이후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시대를 열어나가는 데는 지역과 인종, 문화와 종교간에 서로 상대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관용의 정신이 요구된다. 그러나 지난해 세계를 경악하게 했던 ‘9·11테러’와 그에 뒤이은 대(對)테러 전쟁에서 나타났듯이 관용의 지구촌시대가 현재화(顯在化)하기에는 여전히 문명간 배타성과 인종 지역간 갈등의 벽이 높다.

이 배타적 증오와 몰이해적 갈등의 벽을 허무는 것이 월드컵 축구다. 그리고 바로 그 대회가 새로운 세기의 벽두에 동북아의 두 나라에서 동시에 열린다. 화해와 관용, 평화의 중심으로서 한국과 일본이란 세계사적 의미가 한일 월드컵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더구나 한일 두 나라는 지난날 아픈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화해와 관용의 이미지는 남다르다고 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북한이 끝내 동참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를 통해 한반도 분단현실에 대한 세계평화애호가들의 관심은 한층 높아질 것이고 그것이 남북간 평화공존에 기여할 것이다.

연인원 400억명이 지켜볼 월드컵은 단순한 축구대회가 아니라 세계인의 축제다. 이제 축제를 준비한 한일 두 나라는 자부심과 함께 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우리의 경우 10개 경기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또 우리 대표팀의 전력은 본선 첫 승리와 16강 진출을 기대할 수 있을 만큼 급성장했다는 평가다. 최근의 뜨거운 응원열기에서 보듯 국민의 관심도 매우 높다. 그러나 뛰어난 시설과 16강 진출만이 대회 성공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는 없다. 성공한 월드컵이 되기 위해서는 국제화시대에 걸맞은 시민의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성숙한 응원 및 관전문화는 그 기본이다.

한국을 찾을 월드컵 패밀리들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일도 중요하다. 50만명이 넘을 외국 관광객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숙소 수송 통역문제 등을 꼼꼼하게 챙기고 우리 문화의 진수를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만의 하나 있을지도 모를 테러 기도에 대비해 물샐틈없는 안전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이제 축제는 시작됐다. 이번 월드컵이 우리의 국운을 다시 한번 일으키는 동시에 지구촌 시대의 화해와 평화, 관용의 정신을 뿌리내리는 세기적 의미의 대잔치가 되기를 기원한다. 이제 동방의 빛이 세계를 비추는 새날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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