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스폰서 홍보효과 월드컵 “넓고” 올림픽 “깊고”

  • 입력 2002년 5월 30일 17시 35분


현대차가 공식 후원사로 참여한 2002 한일 월드컵 개막식 리허설(좌)과 현대차가 개최한 '세계 미니축구대회' 결승전
현대차가 공식 후원사로 참여한 2002 한일 월드컵 개막식 리허설(좌)과 현대차가 개최한 '세계 미니축구대회' 결승전
‘월드컵이냐, 올림픽이냐.’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는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스포츠 마케팅의 꽃이라는 월드컵과 올림픽의 공식 스폰서 회사로 활동하고 있다. 어느 회사가 선택을 잘한 것일까.

두 회사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한결같이 “어느 대회가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고 주어진 기회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산업연구원(KIET) 스포츠 산업담당 김화섭 박사는 “두 대회는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다른 점도 많기 때문에 후원사가 대회의 특성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코닥에 눌려지내던 후지필름이 86년 멕시코 월드컵을 통해 세계적인 메이커로 떠올랐고 세이코가 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을 통해 롤렉스와 오메가에 버금가는 명품시계로 자리잡은 것처럼 대회 성격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는 것.

▽브랜드 알리기는 월드컵〓월드컵은 경기장에 회사의 광고판을 배치할 수 있는 것이 최대 장점. 전 세계의 시청자들은 경기를 시청하면서 스폰서 기업의 브랜드를 보게 된다. “일반 광고보다 경기 중에 간접적으로 시청자에게 끊임없이 기업의 브랜드를 노출시키는 것이 광고효과가 높다.”(현대자동차 월드컵 마케팅 담당 조래수 차장)

현대차의 경우 그라운드 주변에 현대차 광고판이 3개 배치된다. 경기당 현대브랜드 노출시간은 12분가량. 수십억명이 몰입해서 보는 결승전 한 경기만 해도 수백억원의 광고효과가 있다는 계산이다.

월드컵은 단일 종목이지만 올림픽보다 시청자 수가 많다. 대회기간이 한 달로 올림픽(15일)보다 길고 팬들이 많기 때문에 연인원으로 따져 올림픽 시청자 수는 200억명인 데 비해 월드컵은 600억명으로 추산된다.

월드컵은 또 시청자나 관람객 모두 몰입도가 높다. 몰입도가 높을수록 스폰서 기업의 브랜드도 소비자의 마음속에 깊이 각인된다. 후원사의 마케팅 활동에 대한 국제축구연맹(FIFA)의 지원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보다 크다. IOC는 스폰서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대해 규제가 많다.

월드컵은 미국 및 캐나다에서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이 최대 약점. 이 때문에 월드컵의 스폰서 비용은 10년 전까지 올림픽의 절반 수준이었다. 두 대회의 주요 경기시간이 월드컵은 유럽, 올림픽은 미국에 맞춰지는 것도 이 때문. 그러나 94년 미국월드컵 이후 이 지역에서도 축구 팬이 늘어나면서 현재 두 대회의 스폰서 비용은 비슷한 상태. 국제축구연맹(FIFA)은 스폰서 비용을 공개하지 않지만 광고업계에서는 4000만달러 수준으로 보고 있다. 올림픽은 4500만달러 수준.

현대차는 올해부터 유럽시장 공략에 나서기 때문에 월드컵의 이런 성격이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월드컵 이후 현대차 브랜드가 널리 알려지고 유럽시장에서는 바로 매출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소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공식 후원사로 참여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개막식(좌)과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 개막식

▽이미지는 올림픽〓올림픽은 기업 이미지 제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64년 도쿄올림픽 때의 아식스와 미즈노, 72년 뮌헨올림픽 때의 아디다스 등 스포츠 마케팅의 신화는 대부분 올림픽이라는 무대를 통해서 이뤄졌다.

“이미지 조사를 해보면 올림픽은 프로들의 경기인 월드컵보다 상업성에 덜 훼손됐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이 때문에 올림픽 스폰서 회사는 자연스럽게 브랜드의 품격이나 이미지가 높아진다.”(제일기획 전수익 국장)

월드컵은 시청자들이 정서적으로 접근하고 올림픽은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올림픽의 이런 특성 때문에 제품력에 자신이 있는데 브랜드파워가 뒤진 기업이 올림픽 후원사가 될 때 효과가 크다는 것. 브랜드 품격이 높아지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경기장 안에 광고판을 설치할 수 없어 월드컵처럼 직접적인 광고효과는 거두기 어려운 것이 약점.

삼성전자도 제품력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브랜드파워가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삼성 구조조정본부 스포츠 마케팅팀 관계자는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과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이후 브랜드파워가 급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김화섭 박사는 “한국의 두 대표적인 기업이 월드컵과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적인 회사로 떠올라 두 회사가 스포츠 마케팅의 모델케이스로 언급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스포츠마케팅 관점에서의 월드컵과 올림픽 특성
월드컵올림픽
시청자 수 (연인원)600억명200억명
시청자의 접근태도정서적 접근, 몰입도가 높음이성적 접근, 신뢰성 높음
강세지역유럽, 중남미미국, 캐나다
브랜드 효과브랜드 널리 알리기에 적합브랜드 품격이나 이미지 상승
공식후원사 수15개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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