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하굣길에 스쿨버스를 이용하는 대학 1학년생이다. 요금도 무료인데다 종점에서 타기 때문에 편하게 앉아 갈 수 있는 이점이 있어 자주 이용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수업이 일찍 끝난 학생들이 좌석을 미리 맡아 두기 위해 가방만 좌석에 두고 버스가 출발하기 몇 분 전에 올라타도 누구 한 사람 탓하는 사람이 없었다. ‘가방 주인〓좌석 주인’이라는 이상한 공식에 모두 무언의 동의를 한 셈이다. 하지만 며칠 전 한 남학생이 올라타 가방만 있는 좌석과 가방주인인 학생들을 보고 “뒤늦게 와서 편하게 가도 되는 거냐”며 약간 화난 목소리로 항의했다. 순간 한바탕 큰소리가 오갈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 때 뒤에 서 있던 다른 남학생이 “이 버스 좌석은 ‘투명인간’만 타나 보다”는 재미있는 말 한 마디를 던지는 바람에 험악하던 분위기가 풀리기는 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그 이후로도 여전히 스쿨버스에 ‘투명인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