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덕방]황재성/브랜드홍보 보다 품질 고급화 먼저

  • 입력 2002년 5월 23일 18시 00분


황재성/경제부
황재성/경제부
‘SK 허브’‘아크로비스타’‘아크로리버’‘캐슬 스파’‘캐슬 주피터’‘래미안’….

최근 새로 선보였거나 잘 나가는 아파트나 오피스텔 브랜드다. 이름만 봐서는 주택인지 공장에서 만든 상품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아파트’를 뺀 브랜드가 만들어진 것은 후발업체들이 ‘업체이름+아파트’ 방식으로는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의도적으로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여기에 분양가 자율화(98년 상반기) 이전에 지어진 열악한 수준의 기존 아파트와 차별화된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취지에서 ‘아파트’ 없는 아파트브랜드가 확산됐다.

이런 움직임은 유행처럼 번져 최근에는 대부분의 업체가 ‘아파트’를 뺀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심지어 국내주택건설의 종가(宗家)로 자타가 공인하는 현대마저 ‘아파트’를 빼고 ‘홈타운’‘하이페리온’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업체들이 브랜드를 만들고 홍보하는 데 기울이는 노력도 적지 않다. 일부에서는 브랜드 제작에만 수억원을 들이기도 하고 출연료가 수억원을 호가하는 유명인사나 TV탤런트를 동원해 홍보에 나서고 있다. 그 비용도 수십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업체들의 노력만큼 이미지가 좋아질지는 의문이다.

마감재나 정보통신의 고급화를 제외하면 주택품질 고급화 노력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22일 공개한 업체들의 폭리에 가까운 분양가 책정 행태를 보면 ‘아파트’ 없는 브랜드 만들기가 분양가를 비싸게 받으려는 수단이었다는 의심마저 갖게 한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일부 업체는 제조원가의 배에 가까운 이익을 챙긴 것으로 추정됐다.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한국에서 가능하다면 비싼 값을 받아 높은 이익을 얻으려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소비자를 봉으로 알고 소비자를 무시하면서 좋은 이미지를 만들기는 기대하기 어렵다.

황재성 경제부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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