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김덕수/월드컵때 ´IT 코리아´ 전파를

  • 입력 2002년 5월 20일 18시 46분


전에 스페인 남부 지중해 연안 도시 카르타헤나에서 열린 한국과 핀란드 축구대표팀 평가전을 참관하기 위해 스페인을 방문했던 필자는 스페인을 성질 급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유럽 변두리의 후진국쯤으로 추측했던 그간의 선입견이 엄청난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라망가의 한 호텔에는 스페인의 각 지방에서 온 60, 70대의 노부부들이 1층 홀을 가득 메우고 춤을 추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거니와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 동양인인 나에게 꼭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것이었다. 그 따뜻한 눈빛과 웃음 띤 표정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에티켓 차원을 넘어선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1982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세계 2위 관광대국의 자산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2002 한일 월드컵을 공동개최하는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들의 생각은 과연 어떠할까. 스페인하면 프랑코 독재시대의 어두운 면을 떠올리듯이 그들도 한국의 군사독재와 거리의 시위, 그리고 외환위기 등을 주로 상상하지나 않을까 염려된다. 따라서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될 월드컵은 한국의 변화상과 참모습을 알릴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우리는 월드컵 유치 이후 불어닥친 외환·경제위기를 이겨내며 10개 경기장을 멋지게 건설했다. 아직 구조조정의 난제들이 있지만 이전보다 노사관계가 크게 안정되고 국가신용등급도 다시 뛰어올랐다. 이러한 호기를 잘 활용해 국가이미지를 높이고 경제 문화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도약의 발판으로 삼는 것이야말로 16강 진출보다 훨씬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월드컵 개최의 생산 유발효과를 11조6000억원, 부가가치 5조4000억원, 고용창출 36만명 등으로 추정하였다. 그러나 이는 월드컵을 열기만 하면 넝쿨째 굴러오는 노다지가 아니다. 정부와 민간이 혼연일체가 되어 완벽한 대회 준비와 운영, 훌륭한 손님맞이를 해냈을 때 따낼 수 있는 과실이 아닐까.

특히 민간분야에서 할 일은 무척 많고 중요하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주된 임무는 경기장과 교통망 건설, 안전 확보 등 행사의 공간을 마련함과 아울러 경제적으로 월드컵 장터를 펼치는 것이다. 이 장터에서 세계 일류의 정보기술(IT)과 독창적인 문화·관광상품을 선전하는 한편 친절하고 질서 있는 시민의식을 선보임으로써 정보화시대를 리드하는 한국, 다시 찾고 싶은 한국의 이미지를 전파하는 것은 민간의 몫이다.

김덕수 월드컵문화시민운동중앙협의회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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