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태극전사]최용수 “킬러의 본모습 보여주겠다”

  • 입력 2002년 5월 15일 17시 40분


“애국가가 울릴 때 다리가 후덜후덜 떨릴 정도로 긴장됐는데 공이나 제대로 찰 수 있었겠습니까?.”

최용수(29·제프 유나이티드 이치하라)는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의 참담했던 경험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최용수는 프랑스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최다골을 터뜨리며 큰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본선에서는 기대 이하의 플레이를 했다. 첫 경기 멕시코전에서는 그라운드도 밟지 못했고, 네덜란드와 벨기에와의 2,3차전에서도 그의 활약은 미미했다.

당시 25세이던 최용수는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것 같은 굴곡이 많았다고 말한다. 프로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던 94년 4월 5일 최용수는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다음 날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비보를 접했다. 신문에 아들의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난 것을 조상에게 감사해야한다며 선산에 성묘하러 갔다 전기톱에 얼굴을 맞는 사고를 당한 것. 최용수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슬픔을 맛봤다.그러나 이내 슬픔을 딛고 알어섰고 그 해 9골을 넣어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99년에는 ‘세상을 다 가질 수 있을 것’같은 기대를 안고 군에서 제대했고 ‘큰 물’에서 활약하기 위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노렸지만 무산됐다. “이제 뭘 보고 공을 차야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오랜 슬럼프를 극복하고 2000년에는 안양 LG를 10년만에 프로축구 정상에 올려놓으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지난 해 한국선수 최고 몸값 기록(3억엔)을 세우며 일본 무대에 데뷔해 득점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리고 지난 해 9월 나이지리아전과 11월 크로아티아전에서 잇따라 골을 터뜨리며 히딩크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아 월드컵 대표에 선발됐다.

“첫 출전이라서 긴장도 하고, 골을 넣어야 한다는 욕심에 정신없이 뛰어 다녔는데 지금은 다릅니다. 연습경기 한다는 기분으로 차분하게 할 겁니다. 한 골만 터지면 3골도 문제 없습니다.” 두 번째 월드컵에서 화려한 비상을 꿈꾸는 ‘독수리’ 최용수의 당찬 포부다.

최용수는…

△출신지〓부산

△생년월일〓1973년 9월10일

△체격〓1m84, 79㎏

△가족관계〓홀어머니 윤호임씨의 3남중 둘째

△출신학교 및 소속팀〓부산 금정초-동래중-동래고-연세대-안양 LG(94∼2000)-제프 유나이티드 이치하라(2001∼현재)

△주요경력〓청소년대표(93년), 올림픽대표(96년), 월드컵대표(98년)

△A매치 경력〓58경기 출장, 27득점

부산〓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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