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그 때 그 이야기]제13회 멕시코대회<하>

  • 입력 2002년 5월 15일 17시 34분


86멕시코월드컵 최고의 스타인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中)가 잉글랜드의 밀집수비를 뚫으며 드리블하고 있다.
86멕시코월드컵 최고의 스타인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中)가 잉글랜드의 밀집수비를 뚫으며 드리블하고 있다.
1986년 제13회 멕시코월드컵은 한국 축구 팬에게 드디어 본선에서 자국팀을 응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엄청난 국민적 호응을 받았다. 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 헝가리에게 0-9로 패한 수모를 갚을 수 있는 기회를 32년만에 갖게 되었던 것.

아시아 1,2차 예선전을 거쳐 일본과의 두차례 최종예선전을 모두 승리하며 본선 진출권을 따낸 한국은 85년 12월15일 조편성 추첨결과를 보고 기겁을 했다.

한국이 속한 A조에 12회 대회 우승국 이탈리아와 11회 대회 우승국 아르헨티나가 포진하고 있었던 것. 그나마 한국이 상대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던 팀이 프랑스에 이어 유럽 4조 2위로 올라온 불가리아.

그러나 결과는 예상보다 참담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번 세계무대 도약이 남의 얘기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첫 상대는 아르헨티나. 0-3으로 뒤져 상심하던 후반 27분 박창선이 25m 짜리 중거리포로 역사에 남는 한국축구의 월드컵 사상 첫 골을 기록했다. 두 번째 불가리아와의 경기에서는김종부가 골을 터뜨려 비록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지만 1-1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지난대회 우승팀 이탈리아전에서도 최순호와 허정무가 골을 터뜨려 2-3으로 나름대로 선전했다.

아시아에서 한국과 함께 본선에 진출한 이라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해 3패를 안고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파라과이와의 경기에서 0-1로 뒤지던 이라크는 후반 코너킥으로 넘어온 공을 아메드가 헤딩으로 슛을 성공시켰다. 바로 그순간 동시에 주심 어윈 피콘(모리타니아)가 경기종료를 알리는 휘슬을 불었고 골을 인정받지 못했다.

이는 이후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준준결승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했다. 이 경기는 불과 4년전 포클랜드에서 직접 총부리를 겨눴던 양국간의 경기라 전 세계의 관심이 쏠렸다.

후반 6분 잉글랜드 골문 앞에서 센터링을 받으려는 마라도나(1m66)와 잉글랜드 골키퍼 실턴(1m81)이 함께 솟아올랐다. 둘이 떨어지는 순간 볼은 골문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사진과 TV 화면에 잡힌 마라도나는 분명히 왼손으로 공을 치고 있었다.

하지만 마라도나는 3분 뒤 미드필드에서 현란한 드리블로 5명의 수비수를 제치고 슛을 성공시켜 축구팬으로부터 ‘영웅’ 칭호를 얻게됐다. 가장 황당한 반칙 득점과 최고의 슛을 잇달아 해내며 불과 3분전 비난을 찬사로 잠재운 것.

마라도나는 서독과의 결승전에서도 골은 성공시키진 못했지만 결승골로 연결되는 절묘한 어시스트를 찔러줘 명실상부 ‘축구황제’에 등극했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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