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석종근/스승의 날 ´선물 노이로제´ 벗었어요

  • 입력 2002년 5월 13일 18시 29분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스승의 날 선물 준비로 고민하고 있다. 초등학생인 필자의 두 딸 또한 스승의 날 선물을 준비한다며 지난달 초부터 아빠 구두 닦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나마 아빠가 진해의 집에서 멀리 떨어진 거창군선관위에 근무하고 있어 선거 준비 관계로 1, 2주에 한 번밖에 집에 들르지 않아 아르바이트가 여의치 않자, 약수터 물길어오기나 청소하기 등으로 엄마를 돕느라 야단이다. 필자는 좋은 일이라며 딸애들을 격려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치 않다.

왜냐하면 존경하는 선생님에게 선물하는 것은 권장되어야 할 미풍양속인데도 언제부터인가 현실은 주고받는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새벽 아내로부터 옹달샘과 같은 신선한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꼭 전해야겠다며 꼭두새벽에 전화를 한 것이다. 큰딸의 담임 선생님께서 “스승의 날 진정한 선물은 금품이 아니라 선생님께 감사의 전화나 편지를 하거나 열심히 공부하는 것과 같이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그리고 아내는 그 선생님이 꼼꼼히 지도해주셔서 큰애의 글씨가 또박또박 바르게 되었고 아이도 이제 공부에 흥미를 붙여 스스로 공부한다고 좋아했다.

전화를 받고 나서 ‘딸애가 정말 훌륭한 선생님을 만났구나!’하는 생각에 선생님께 마음의 선물과 인사를 하기로 했다.

“진해 덕산초등학교 진영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 마음의 샘은 바른길을 가려다 지쳐 목말라 하는 어린이들의 목을 축여주는 깨끗한 옹달샘입니다.”

필자는 그 선생님의 옹달샘을 가득 채울 수 있도록 진해에 갈 때 거창군 감악산의 연수사(演水寺) 약수 한 병과 조롱바가지를 선물하려 한다. 연수사는 연수(演水)의 문헌적 의미와 같이 물이 윤택한 곳(물 윤택할 연·演)이며 물 맞는 절로 유명한 곳이다. 조선시대 남명 조식 선생이 감악산 가막소에서 목욕하고 ‘욕천(浴川)’이라는 시를 지은 곳이기도 하다. ‘사십 년 찌든 때를 씻어 내었음에도 혹시, 오장육부에 한 티끌의 진애(塵埃)라도 남아 있으면 바로 배를 갈라 흐르는 물에 씻어 보내겠다’며 경의(敬義)의 실천을 다짐한 곳이다.

이 선물을 드리는 뜻은 조롱바가지로 약수를 마심으로써 마음을 씻고 세상의 부정을 치유하자는 것이다. 그 선생님이 자신의 옹달샘 약수를 조롱바가지로 널리 나누어주었으면 좋겠다. 나아가 교단의 부정을 씻어내는 옹달샘이 되어 철철 넘쳐흘렀으면 좋겠다.

석종근 경남 거창군 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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