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9·11 베이비' 붐

  • 입력 2002년 5월 13일 10시 18분


지난해 9·11 테러사건을 계기로 뉴욕 일원에 살고있는 많은 여성들이 아기를 갖게 됐으며 앞으로 3개월 내에 그 아기들이 태어나게 될 것이라고 뉴욕 데일리 뉴스가 12일 보도했다.

뉴욕 일원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이번 여름동안 과거에 비해 2배가 넘는 아기 출산을 돕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학자들은 9·11 테러를 계기로 여성들의 임신 사례가 많아졌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황근거를 몇가지 대고 있다.

테러사건 이후 많은 사람들이 삶의 의미에 대해 더욱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고 출산을 통해 그 의미를 되새기려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이 그 한가지 이유다. 어느날 배우자가 예상치 못한 일로 사망할 경우 자식을 통해 그 상실감을 보상받겠다는 심리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또 가족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졌으며 테러의 충격에서 헤어나오는 데 배우자의 위로와 격려가 큰 힘이 되고, 이 과정에서 부부애를 통해 아기가 생기게 됐다는 논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 외에도 뉴욕 일원에 사는 많은 직장인들이 월드 트레이드 센터 등의 붕괴로 인해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고 출근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임신이 많이 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메리 도슨이라는 여성과 남편 찰스는 몇명의 소방요원 친구를 테러사건으로 잃은 후 상실감과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 아기를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도슨의 산부인과 의사인 파예즈 귀어귀스는 보통 한 달에 14~18명의 출산을 도왔는데 오는 8월에는 30명, 9월에는 27명의 출산을 돕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롱아일랜드대학병원의 산부인과 의사 야엘 푸크스도 보통 15~20명의 출산을 도와왔는데 6월에는 27명, 7월에는 26명을 돕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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