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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5월 12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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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에는 명곡이 없고 명연주자가 있을 뿐이라고 한다. 곡 자체보다 곡을 어떻게 해석하는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곡도 즉흥연주에 따라서 변하는 것이 재즈의 묘미다. 악보를 그대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 멜로디를 살리면서 새로운 분위기를 낸다. 재즈의 ‘스윙감각’이란 연주의 처음부터 끝까지 중심축이 되는 리듬을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지탱하는 데서 나온다. 중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 재즈에서나 삶에서나 어려운 일이다.
▷재즈는 또 ‘조화’의 음악이다. 재즈에는 일률적인 규칙이 아니라 자유로운 조화가 있다. 재즈는 여러 악기가 동시에 연주를 하면서 사이좋게 함께 길을 간다. 길을 함께 가긴 하지만 같은 길을 획일적으로 걷지는 않는다. 피아노가 ‘내가 먼저 갈 테니까 따라와’ 하고 솔로 연주를 시작하고 그 연주가 끝날 무렵 베이스가 따라간다. 그리고 드럼이 들어온다. 가끔 나란히 가기도 하고 먼저 가서 기다리기도 한다. 각 악기가 돌아가면서 같은 곡을 즉흥적으로 연주하고, 각자의 솔로가 끝나기 전에 다른 악기가 치고 들어온다. 그래서 재즈에는 반주의 개념이 없다. 반주가 곧 연주다.
▷이렇듯 재즈의 묘미는 기본 멜로디와 리듬을 축으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데 있다. 이처럼 변화를 시도하더라도 중심축을 잃지 않는 것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일이다. 재즈에서 여러 악기가 주거니 받거니 긴장과 이완의 조화를 이루어 가는 것을 보면 복잡한 세상사도 저렇게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세상이 싸움터처럼 보일 때 ‘어렵다’는 선입관을 버리고 재즈를 감상하면 ‘흔들리지 않는 중심’과 ‘자유로운 조화’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1920년대 미국의 재즈시대를 배경으로 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완벽한 현대적 밀리(Thoroughly Modern Millie)’가 올해 토니상의 11개 부문에 후보로 지명됐다는 소식에 재즈를 생각해 보았다.
강미은 객원논설위원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mkang@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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