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나~ 투수 할래…대학야구의 투수전업 바람

  • 입력 2002년 5월 6일 12시 45분


마치 농구의 센터, 아이스하키의 골리, 미식축구의 쿼터백처럼 야구에서 가장 비중이 높은 포지션은 역시 투수다. 투수력이 팀 전력의 50%니 그 이상이니 하는 이야기들도 많지만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투수가 공을 던지지 않으면 야구경기는 시작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린 시절 동네야구를 해도 누구나 투수를 하고싶어하고 초등학교나 리틀 야구를 가봐도 가장 운동을 잘 한다 싶은 선수는 대부분 투수를 하고있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번데기 야구단> 같은 '집단 주인공 체제'가 아닌 이상 야구만화의 주인공들도 대부분 투수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 대학야구를 보면 가끔씩 깜짝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분명히 야수였는데 어느 사이에 투수로 전향해 당당히 팀의 에이스로 자리잡은 선수가 여럿 보이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도 아니고 대학에서 투수로 포지션을 바꿔 성공했다면 일단 그 선수의 노력에 대해서는 박수를 보내줘야 할 것이다. 우리는 심재학(두산)의 LG시절 사례를 통해 야수가 투수로 변신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 겹만 더 벗겨보면 이런 현상이 대학야구의 쇠락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는데 있다. 90년대 초반만 해도 (고교생의 경우) '투수는 프로를 가고 타자는 대학을 가라' 는 게 거의 정설로 되어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투수도 프로를 가고, 타자도 프로를 간다. 김재현(LG), 정수근(두산), 김태균(한화)등의 활약은 유망한 고교야수들로 하여금 프로행을 망설이지 않게 만든 자극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대학무대에 대형야수들이 줄어들면서 전체적인 타력은 급격히 약해진데다 2년 전부터 나무방망이를 사용하면서 투고타저는 훨씬 심해지고 말았다.

대학야구가 워낙 투수들의 게임이 되다보니 뜻밖의 좋은 투수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올해 현대에 입단해 4월 29일 현재 방어율 0의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조용준의 경우 순천효천고 시절 감독이었던 '짱꼴라' 장호연에 의해 외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해 비교적 투수를 늦게 시작한 선수이다. (창단 무렵 장호연은 신문 인터뷰에서 '우리 팀에 프로팀에서 탐낼만한 좋은 투수들이 많다' 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장호연 특유의 호언 정도로만 여겼을 뿐 정말인지는 필자조차도 몰랐다) 그의 고교 동기 중에는 강철민(한양대-기아입단) 과 유광일(성균관대) 등이 오히려 그보다 앞서 있었으나 대학무대에서 조용준은 이들을 확실히 따돌리며 3학년 때부터는 명실상부한 대학최고투수로 리그를 평정했다.

바로 대학에서 만들어진 투수인 것이다. 두산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이재영도 마찬가지. 중학교 때의 혹사로 고교시절 타자로만 나서야 했던 이재영은 대학에서 좋은 투수로 다시 태어나 1차 지명까지 받게 되었다.

그렇다면, 선택은 명확해진다. 만약 당신이 강한 어깨를 갖고있는 대학야수라면 투수로 전향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왜? 프로 스카우트의 눈에 띄기도 쉬운데다 상대하는 타자들의 공격력은 예전보다 훨씬 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대학야구에는 야수출신 투수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대학야구 춘계리그에서 우수투수상을 받은 동아대 권동식은 마산고 시절 포수출신이며, 단국대의 이동현도 청주기공시절에는 포수였다. 단국대 신입생인 민경재 역시 포수에서 투수로 자리를 바꿨으며 조별예선 고려대전에서 17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완봉승한 인하대의 정재복 역시 고교시절 포지션은 유격수인 것 등등 예는 무수히 많다.

정재복이 기록한 9이닝 17탈삼진은 이닝 당 2개꼴의 엄청난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 까닭으로는 대학야구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적어진 탓도 있지만 대학야구타자들의 수준이 낮아졌다는 것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마치 과거에 알루미늄 방망이로 기록한 대학타자들의 성적이 인정받지 못하는 것처럼 이제는 투수들의 기록에 거품이 많이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 투수를 시작한 선수들의 화이팅을 기대해 본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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