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스타]영원한 스타 마라도나

  • 입력 2002년 5월 3일 18시 41분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42)하면 ‘신의 손’을 떠올린다. 86년 멕시코월드컵 잉글랜드와의 8강전에서 마라도나가 팔로 선제골을 낚은 뒤 “신의 손을 맞고 들어갔다”고 한 말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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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이미지는 마약과 기행. 91년 코카인 복용으로 세계에 충격을 준 뒤 마약이 끊이지 않았고 결국 마약과 음주 때문에 선수생활을 마감한 뒤 최근까지 치료를 받아왔다. 또 취재기자를 폭행하고 폭언을 행사하는 등 기행을 일삼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축구의 ‘슈퍼스타’라기 보다는 ‘망나니’처럼 인식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축구 하나에 있어서는 역대 최고의 영웅중 한사람이다. 전문가들은 마라도나를 평가할때 개인생활과 축구인생을 분리해서 봐야지만 그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문제의 ‘신의 손’ 사건이 불거진 멕시코월드컵 잉글랜드전. 마라도나는 손으로 골을 넣은지 3분 뒤 축구전문가는 물론 선수들까지 ‘역대 최고’라고 평가하는 골을 뽑아낸다. 미드필드부터 60m를 단독 드리블하며 귀신같은 페인팅으로 5명의 수비수를 차례로 따돌리고 골키퍼마저 제치고 환상적인 골을 터뜨렸던 것. 이후 마라도나는 1m65도 안되는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펠레이후 ‘마술과 같은 축구(Magical play)’를 펼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 평가받았다.

아르헨티나에서 ‘골든 보이’로 통하는 마라도나는 1960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외곽 빌라 피어리토란 슬럼가에서 태어났다. 그의 유일한 놀이는 축구. 다섯 살때 이미 볼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다. 그리고 16세도 되기전에 프로 1군인 아르헨티노 주니오스에서 축구 선수생활을 시작하게 됐고 79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아르헨티나를 정상에 올려놓으며 ‘축구신동’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곧바로 82스페인월드컵 대표팀에 선발됐다. 그러나 아르헨티나가 잉글랜드와의 포틀랜드 전쟁의 여파로 이렇다할 성적을 못올린데 이어 마라도나는 브라질전에서 폭력을 휘두른 대가로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한다. 하지만 마라도나는 86년 아르헨티나를 세계 최고봉에 올려놓으며 ‘월드스타’로 떠오른다. 마라도나는 현란한 마술을 보여주며 8강전부터 잉글랜드 벨기에 서독을 연거푸 무너뜨리는데 일등공신으로 활약했다. 4년뒤 이탈리아월드컵에서도 녹슬지 않는 기량을 선보이며 팀을 준우승에 올려놓았다.마라도나의 축구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다. 그가 마약에 빠진 것도 축구때문이었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뛰면서 ‘영웅’으로 대접받다가 90년 미국월드컵 4강에서 이탈리아를 꺾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서 하루아침에 야유와 비난의 대상으로 바뀌자 코카인에 빠졌다고 당시 외신들이 전했던 것. 마라도나는 94년 미국월드컵때도 출전했다가 예선 2경기를 뛰고 금지약물 복용으로 다시 불명예를 안았지만 보카 주니어스에서 97년까지 선수생활을 계속한뒤 37세의 나이로 은퇴했다. 은퇴는 했지만 각종 자선 경기에 출전했고 아르헨티나 프로팀 감독을 하며 계속 축구와 함께 했다.

마라도나는 2000년 ‘나는 디에고’라는 자서전을 출간, 당시 수년간 책 한권 사보지 않았던 근로자들마저 어려운 경제상황속에서도 책을 사서 읽을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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