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무현식 정계개편' 뭔가

  • 입력 2002년 4월 29일 18시 25분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가 말하는 정계개편의 현실적 목표가 영남권 세력 확대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6월 지방선거가 발등의 불이다. 부산 경남에서 한 사람의 광역시장이나 도지사라도 민주당 간판으로 당선되지 못하면 12월 대선 전망이 어두워지는 것은 물론 당장 민주당 내에서 대통령후보로서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 노 후보는 그동안 영남권에서 한 명도 당선시키지 못하면 재평가를 받겠다고 공언해왔다. 노 후보가 오늘 오전 과거 ‘3당 합당’ 주역으로 비난했던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을 찾아가는 것도 이러한 현실적 목표 달성을 위한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지역구도 정치를 극복하기 위해 정계개편이 필요하다는 당위론 자체를 모두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치적 명분이 힘을 얻으려면 방법과 절차상의 정당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노 후보가 주장하는 ‘민주 개혁 세력 대통합’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노무현식 정계개편’은 그 점부터 불투명하다.

노 후보는 이를 의식한 듯 어제 “내가 나서 (정계개편을) 무리하게 추진할 때 인위적 정계개편이나 의원 빼오기라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국민이 변화된 상황을 이해하도록 설득하고 정치인들에게 제안할 것”이라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노 후보 측이 한나라당 일부 인사까지를 포괄하는 부산과 울산 시장후보군을 추출해 여론조사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보도를 보면 이미 ‘단순한 제안’ 차원은 넘어선 것 같다.

기본적으로 정계개편은 민의(民意)의 결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 제도적 장치가 선거다. 따라서 노 후보가 주장하는 큰 틀의 정계개편은 2004년 총선 이후로 미룰 과제다. 서두르면 권력을 악용하는 인위적인 정계개편이 될 수밖에 없고 야당의 반발로 정쟁(政爭)만 심화될 뿐이다. 우리는 노 후보의 향후 움직임을 주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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