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테이프 있고 없고는 중요치 않다?

  • 입력 2002년 4월 25일 18시 41분


민주당 설훈 의원의 둘러대기가 가관이다. 그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된 만큼 모든 진실이 규명되기 바라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요한 것은 녹음테이프의 유무가 아니라 돈을 줬느냐 여부”라고 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의 금품수수 의혹이 먼저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경우에 맞지 않는 말장난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애초 폭로를 뒷받침할 녹음테이프가 있으며 이를 2, 3일 안에 공개하겠다고 한 것은 설 의원 자신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녹음테이프가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다니 모든 걸 자기 편할 대로 판단하고 주장하면 그만인가.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것도 지금 그가 하기에는 주제넘은 말이다. 입으로는 “국민의 비판과 걱정을 가슴깊이 이해하며 최종적으로 책임질 부분이 발생한다면 피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빠져나갈 궁리부터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설 의원은 문제의 녹음테이프를 갖고 있는 인물이 구속된 최규선씨의 측근인데 최씨가 사실을 밝히려 하지 않아 테이프가 공개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규선이 마음만 바꾸면 (야당의) 공세가 하루아침에 눈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녹음테이프의 실재를 확신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적어도 테이프를 갖고 있다는 최씨 측근이 누군지는 밝혀야 했다. 그것조차 숨기면서 검찰 수사에 어떻게 적극 협조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사실 규명의 책임을 검찰에 떠넘긴 채 정치 공방으로 시간을 끌어가며 적당히 넘어가려는 속셈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 식의 ‘저질 공작정치’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

설 의원은 결국 폭로의 구체적 증거를 대지 못했다. 그 자체로 ‘책임질 부분’이 이미 발생한 것이다. 설 의원은 이제 그 책임에 상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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