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뒷북치는 증시 단속

  • 입력 2002년 4월 22일 18시 24분


정부가 뿌리깊은 주가조작관행을 바로잡으려 뒤늦게 나섰으나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뒷북 대책을 보는 듯하다. 증시를 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을 때 신속히 조사에 나서야 한다. 만에 하나 다른 이유로 그때그때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다면 이는 오히려 작전을 방조하는 거나 다름없는 일이다.

이번에 금융감독위원회가 작전 혐의로 증권사 점포를 폐쇄하고 대주주와 증권사 직원 60여명을 고발하는, 비교적 강도 높은 조치를 취했으나 설득력을 별로 얻지 못하는 것도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처리에 그치고 있는 탓이다.

증시의 조작과 작전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졌고 또 경고됐었다. 각종 게이트 등 권력형 비리 사건과 관련된 주가조작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적극적으로 조사하려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증시 주변의 얘기처럼 증시를 살려야 한다는 명분에 밀리거나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고 소홀히 했다면 이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벤처 열풍을 타고 정관계 유력 인사들의 비호 속에서 주가조작과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이른바 ‘3대 게이트’ 사건은 아직도 규명되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신속하게 조사하겠다는 의욕을 갖고 있다면 이렇게까지 지지부진하지는 않을 것이다. 금감원이 잠시 감시의 고삐를 늦추는 동안 엄청난 규모의 주가조작과 작전이 벌어지고 애꿎은 투자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작전에 참여해 5억원 이상 챙긴 사람은 무조건 징역형에 처한다는 증권거래법 개정이 재정경제부에 의해 추진되고 있으나 이 역시 뒷북 행정의 전형이 아닌가.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일도 필요하긴 하나 기왕에 있는 규정이라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철저히 조사하는 일이 선결과제이다. 주가조작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 밝혀내지 못한다면 금융감독 당국도 추후에 조사 대상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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