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특검서 안밝힌 내용있다"

  • 입력 2002년 4월 14일 18시 41분


도승희 전 인터피온 사외이사
도승희 전 인터피온 사외이사
‘이용호 게이트’ 연루 혐의로 13일 구속된 도승희(都勝喜) 전 인터피온 사외이사가 지난달 한나라당을 찾아가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을 포함한 당직자들을 두 차례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용호씨로부터 사건무마 명목으로 8900여만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거액의 로비자금 수수 혐의로 11일 긴급체포된 도씨는 이수동(李守東) 아태재단 전 상임이사와 가깝게 지낸 것은 물론이고 이용호 게이트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과도 복잡하게 관계가 얽혀있는 인물이다.

남 대변인은 14일 “2주일전 쯤 당사를 찾아온 도씨를 다른 당직자와 함께 만났다”며 “도씨의 발언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특검에서 진술한 내용 외에 우리에게만 말한 것이 있어 진위 파악을 거쳐 공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도씨가 체포 직전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야당에 털어놓음으로써, 가능한 한 검찰의 수사를 피하고 안되면 대응카드를 사전에 마련하려 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남 대변인은 “검찰이 도씨를 긴급체포한 것은 (야당에 제보한 것에 대한) 응징이나 추가폭로를 막기 위한 입막음용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남 대변인과 함께 도씨를 만난 한 당직자는 “도씨가 △자신에게 도피하라고 알려준 사람이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이라는 사실을 특검에서 얘기했고 △이수동씨가 현 정권 인사에 두루두루 관여했으며 △이런 말을 더 이상 못하게 하기 위해 검찰이 자신을 잡아넣으려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도씨는 또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도 말했다”는 것.

도씨가 자신의 죄질이 나쁜 만큼 구속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야당과 관계를 맺어놓아 자신의 구속을 ‘정치적 보복’ 성격으로 몰아가려는 속셈에서 야당을 스스로 찾아간 것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다. 야당 및 검찰을 상대로 동시에 거래를 시도한 이중 플레이란 얘기이다.

아무튼 한나라당은 도씨의 행위를 일종의 ‘내부자 고발’이나 ‘양심선언’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당직자들은“인신구속은 이 사건이 해결된 뒤에 해도 늦지 않은데 왜 구속부터 했느냐”며 “검찰의 비리를 밝혔다는 이유로 괘씸죄를 걸어 구속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는 “도씨의 제보에 대한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며 “검찰이 수사내용을 왜곡하거나 축소할 경우 가만있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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