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동양 속공 맞대응 말라”…나이츠‘지연작전’성공

  • 입력 2002년 4월 10일 00시 29분


SK나이츠 서장훈(오른쪽)이 동양 마르커스 힉스의 레이업슛을 막아내고 있다.
SK나이츠 서장훈(오른쪽)이 동양 마르커스 힉스의 레이업슛을 막아내고 있다.
같은 방식으로 상대를 두 번이나 속일 수는 없었다.

9일 2001∼2002애니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 2차전이 열린 대구실내체육관. 1차전 승리로 발걸음이 가벼워진 동양 오리온스의 대응은 1차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마치 해볼 테면 해보라는 듯이.

반면 SK 나이츠의 준비는 달랐다. 휴식일인 8일 이례적으로 오전 오후에 걸쳐 두 차례나 연습을 실시하며 새로운 패턴을 익히느라 구슬땀을 흘렸고 고생의 대가는 승리로 이어졌다.

SK 나이츠가 2차전을 72-70으로 승리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전날 SK가 집중적으로 연습한 것은 동양 마르커스 힉스의 블록슛과 전희철의 골밑 플레이에 대한 대응. 또 김승현을 앞세운 동양의 속공 플레이에 맞대응했다간 필패한다는 판단에 패스를 6, 7차례 돌리며 24초를 꽉 채우는 지연플레이도 빼놓지 않았다. 이날 SK가 무려 24초 공격제한 위반을 3개나 저지른 것도 이 때문이지만 많은 점수를 얻지도, 내주지도 않고 승리를 챙겼다. KCC 이지스와의 4강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양팀 합산 역대 프로농구 최소득점으로 승리했을 때 이미 사용했던 작전을 더욱 세련되게 활용한 것.

이날 SK 선수들의 몸놀림은 1차전과 확실히 달랐다. 급하게 익힌 새로운 작전이 완전히 손에 익지 않았는지 1쿼터에서 패스 미스만 3개를 기록했지만 26-20으로 앞서나가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1차전에서 상대의 협력수비에 묶였던 서장훈(24점 11리바운드)이 8점, 외곽슛 난조로 어려움을 겪던 조상현(14점)이 3점슛 2개 포함해 9점으로 산뜻하게 출발한 것도 승리를 예감케 했다.

하지만 동양도 무기력하게 끌려만 가지는 않았다. 2쿼터 들어 김병철(17점)이 3점슛으로 추격의 포문을 연 뒤 힉스(35점 9리바운드)가 에릭 마틴(13점)의 밀착 수비에도 불구하고 11점을 터뜨리며 43-41로 역전에 성공한 것.

SK가 승리를 굳힌 것은 종료 버저와 함께. 4쿼터 종료 30초를 남기고 72-67로 앞선 상황에서 김병철이 3점슛을 던지는 순간 석주일이 파울을 범하며 자유투 3개를 헌납해 2점차까지 쫓겼고 이어진 공격에서 서장훈의 슛이 림을 빗나가 버린 것. 동양에 남은 시간은 불과 10초. 하지만 SK 골밑까지 파고든 힉스가 슛 자세를 취했을 때는 이미 종료 버저가 울리고 있었다.

3차전은 11일 오후 6시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다.

대구〓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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