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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9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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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제3회 프랑스월드컵에 출전한 레오디나스(브라질)가 바로 그 주인공. 레오디나스는 폴란드와의 1회전에서 양팀 모두 축구화를 벗고 뛰자고 엉뚱한 제안을 했다. 비가 내려 진흙땅으로 변한 운동장에서 맨발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던 것. 주심 에클린드는 일언지하에 고개를 가로 저었다. 자신의 주장이 묵살 당한데 기분이 상했던 레오디나스는 후반 32분 갑자기 축구화를 벤치로 내팽개치더니 맨발로 뛰기 시작했다. 진흙이 잔뜩 묻은 축구화를 벗어 던진 그는 더욱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다. 그러나 그의 기행은 얼마가지 않아 주심의 제지로 막을 내렸고 다시 주섬주섬 신발을 챙겨 신었다.
이날 레오디나스는 엉뚱한 행동만큼이나 눈부신 활약을 했다. 월드컵 최초로 한경기에 무려 4골을 터뜨린 것. 폴란드의 빌리모프스키 역시 4골로 맞섰으나 레오디나스보다 16분 늦게 4번째 골을 장식해 아쉽게 대기록을 내줬다. 이 경기에서 브라질은 1-1,3-3,5-5의 스코어가 보여주듯 사투 끝에 연장 후반 7분 터진 로메오의 결승골로 첫판을 힘겹게 통과했다.
전력 노출을 꺼려 심야에만 훈련을 해 ‘26시의 팀’이라고 불린 브라질은 레오디나스의 불같은 득점력을 앞세워 승승장구했고 체코와의 준준결승에서는 양팀 합쳐 3명이 퇴장당하고17명이 부상하는 거친 경기 끝에 이겼으나 준결승에서 이탈리아에게 아쉽게 패했다.
‘검은 다이아몬드’라는 별명과 함께 남미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이름을 날린 레오디나스는 모두 8골을 터뜨려 득점왕에 등극했다.
결승에서는 이탈리아가 헝가리를 4-2로 누르고 대회 2연패의 영광을 안았다. 5골을 장식한 피올라가 공격을 이끈 이탈리아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도 이미 우승을 차지해 1930년대를 ‘아주리 군단의 시대’로 장식했다. 이탈리아 선수들은 경기 때마다 오른팔을 높이 쳐드는 파시스트식 경례로 야유를 받았으나 기량 만큼은 단연 최고였다.
3차례 재경기와 6차례 연장전을 치르며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군 프랑스월드컵은 18경기에서 84골이 터져 평균 4.66골을 기록하는 ‘골 풍년’이 들었다. 총관중은 48만3000명이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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