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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9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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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전4선승제의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먼저 1승을 거둔 동양. 그만큼 발걸음이 가볍다.
1패를 안은 SK 나이츠의 최인선 감독은 “동양과 싸움에서 가장 버거운 것은 전희철”이라고 말한다.
포인트가드 김승현-임재현, 슈터 김병철-조상현, 센터 라이언 페리맨-서장훈 등 각 포지션에서 뒤지는 곳이 없는데 전희철만큼은 상쇄할 수 없다는 것.
고민스러운 최 감독은 1차전에서 전희철에게 윤제한을 시작으로 김종학, 석주일, 허남영, 찰스 존스 등을 번갈아 맡게 했으나 결국 무위에 그쳤다.
반대로 동양 김진 감독의 마음은 새털처럼 가볍다.
막상 SK의 작전이 맞아떨어져 전희철이 꽁꽁 묶이더라도 동양으로서는 쓸 수 있는 카드가 여러 장 있기 때문.
가장 큰 카드는 전희철의 고려대 1년 후배인 박훈근.
부산 중앙고 시절 랭킹 1위였던 박훈근은 선배 전희철의 명성에 가려 대학시절 코트에 제대로 나서지 못했다. LG 시절 전희철과 맞대결을 벌였지만 2000년 동양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다음부터는 또다시 전희철 그늘 아래 있어야하는 처지가 됐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한번 코트에 나설 기회를 잡으면 ‘여기서 죽자’라는 심정으로 사력을 다한다.
1년 선배의 문턱을 넘어서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가끔 의욕이 앞서 실책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지만 투지를 가지고 임하니 상대편에선 오히려 전희철을 봉쇄하는 것보다 박훈근을 막는 게 더 어렵게 된다.
동양에 카드는 또 있다. 전희철(1m98)보다 키는 8㎝나 작지만 슈팅과 리바운드에서 탁월한 능력을 지닌 박재일(1m90).
‘늦깎이’로 상주중학교 3학년 때 농구를 시작한 박재일은 상무를 거치면서 새롭게 변신했다. 마치 ‘남자는 군대를 갔다와야 사람이 된다’는 말을 되새기게 하는 것처럼….
박재일은 100m를 12초에 뛰는 농구선수로서는 빠른 발을 지니고 있다. 상대팀에서 어설프게 키 큰 선수를 붙이면 한번 제대로 맞서볼 수도 없이 휙휙 도망다니며 슛을 날릴 수 있다.
또 다른 카드는 김도명. 주장을 맡고 있는 김도명의 최근 좌우명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한 게임 한 게임 최선을 다하자”이다.
출장시간은 많지 않지만 투지를 불태우는 데 상대팀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주전 전희철이 부진해야 코트에 나설 수 있는 박훈근, 박재일, 김도명을 가진 김진 감독으로서는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반대로 이들을 차례로 막아낼 궁리를 하는 최인선 감독은 밤잠을 설칠 수밖에 없다.
대구〓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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