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동양 챔피언 대세론 배경은 힉스-페리맨

  • 입력 2002년 4월 4일 17시 48분


프로농구 역대 우승팀을 살펴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용병 2명이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팀이 패권을 차지할 때까지 교체 없이 버텨준 것. 프로원년인 97시즌 챔피언 기아(리드+윌커슨), 97∼98시즌과 98∼99시즌 현대(맥도웰+웹, 맥도웰+존스), 99∼2000시즌 SK나이츠(존스+하니발), 2000∼2001시즌 삼성(맥클래리+호프)이 모두 그랬다.

올 시즌에는 과연 어떨까. 4강 플레이오프에 오른 팀 가운데 용병을 바꾸지 않은 팀은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한 동양오리온스가 유일하다. 대망의 챔피언을 향한 마지막 승부가 아직 뚜껑도 열리지 않았지만 농구코트에 일찌감치 ‘동양 대세론’이 떠돌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동양을 사상 첫 정규리그 1위로 이끈 외국인선수 콤비 마르커스 힉스(1m96)와 라이언 페리맨(1m99)이 포스트 시즌에서도 변함 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

정규리그에서 평균 24.2점, 8.2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용병 최우수선수에 뽑힌 포워드 힉스는 LG와의 플레이오프 들어서는 평균 28.4점, 10.8리바운드로 골밑을 더욱 굳게 지켰다. ‘플라이(fly)’라는 별명처럼 엄청난 점프력과 체공력을 지닌 그는 림을 부러뜨릴 듯한 슬램덩크를 꽂는가 하면 배구 스파이크 하듯 블록슛을 해대며 상대의 사기까지 꺾어 놓는다.

힉스가 화려한 개인기의 소유자라면 페리맨은 ‘마당쇠’ 스타일. 정규리그 리바운드왕에 올랐던 페리맨 역시 포스트 시즌에서도 묵묵히 궂은 일과 수비를 도맡아 하며 번번이 승리의 발판을 제공했다. 페리맨은 포스트맨의 기량을 재는 중요한 잣대인 ‘더블 더블(득점과 리바운드가 모두 두자릿수)’을 매 경기 기록하며 센터로서 빼어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이들은 파울 트러블에 걸릴 공산이 큰 골밑 수비를 맡고 있지만 상대 공격 루트를 미리 읽고 리듬을 뺏는 마크로 반칙 걱정도 좀처럼 하지 않는 편. 동양 김진 감독은 “힉스와 페리맨은 공격능력과 함께 수비 요령도 있는 선수들”이라며 “이들의 파울 관리를 위해 다양한 수비전술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수비와 리바운드 싸움이 승부의 중요한 열쇠가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임을 감안할 때 힉스와 페리맨이 버티고 있는 동양이 그만큼 우승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

이번 시즌 처음 밟은 힉스와 페리맨은 “이제껏 먼길을 걸어왔는데 앞으로 조금 더 걸어 꼭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힘을 합치겠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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