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최고의 선생님…아이와 눈을 맞추세요"

  • 입력 2002년 3월 26일 15시 39분


유아교육 전문가들은 자녀들의 자기표현력과 발표력, 사회성을 키워주는데 가장 중요한 교육장소는 가정이요, 가장 중요한 교사는 부모라고 강조한다.

부모들도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왠지 자신이 없다. 그냥 전문가에게 맡겨야 할 것 같고 학원에 보내는 게 편하다. 그러나 편한 길에는 항상 후유증이 따르는 법.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이기숙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교수〓유아의 발표력 또는 자기표현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경험한 사건을 순서에 맞게 정리할 수 있는 인지능력이 있어야한다. 어린 아이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과 경험이 들어 있지만 이를 순서대로 풀어낼 수 없기 때문에 입을 다물거나 “있잖아요”만 수차례 반복한다. 이는 자녀와 끝없는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

대화를 하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 5∼7세 아이들과 대화할 때는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게 좋다. 또 사건의 흐름 순서대로 질문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디 갔었니’ ‘누구랑 갔었니’ ‘제일 먼저 무엇을 봤니’와 같은 식이다. 그리고 어린 자녀가 얘기할 때는 눈을 보며 경청하는 것이 우선이다.

아이가 얘기를 할 때 신문을 보고 있다든지 건성으로 들으면 어린 자녀들은 더욱 말문을 닫게 된다. 미국의 한 조사결과를 보면 미국의 아버지는 하루에 30분을 자녀와 대화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관찰 결과 하루에 37초만이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진 시간이었다고 한다.

부모와의 대화와 함께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놀이’를 통해 자기표현력이나 사회성을 길러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또래와 만나는 기회를 많이 갖도록 하는 것이 좋다. 부모와는 동화를 읽은 뒤 동화 속의 역할을 엄마와 아이가 나눠 가벼운 연극놀이를 하는 것도 괜찮다.

발표력이나 자기표현의 백그라운드는 역시 자신감이다. 억지로는 곤란하지만 아이들이 잘 한 것이 있으면 진심으로 칭찬해 주어야 한다. 중요성은 다 알고 있지만 빠뜨리는 한가지가 있다. 매일 자기 전에 동화를 읽어주는 것이다. 자녀교육은 양이 아니라 질이다.

▽이원영 중앙대 유아교육학과교수〓부모들은 자녀에게 ‘마술(magic)’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그래서 웅변학원이나 스피치학원으로 보낸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는 아이가 소화하기 어려운 것을 한꺼번에 요구하기 때문에 발표력이나 사회적응력이 늘어나기 보다는 주눅이 들기 쉽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엄마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자녀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는데 만 3세까지는 24시간 같이 있을 사람이 필요하다. 즉 엄마를 안전기지로 생각하고 사랑을 해보고 충분히 사랑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그때서야 품을 조금씩 떠나는 것이 유아의 심리다. 그리고 그때부터 또래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따라서 유아시기에 자녀와 함께 있는 시간을 오래 가질수록 사회적응력이 높아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대화를 할 때 말을 자르지 말고 끝까지 들어주면서 자신감을 갖게 해줘야 한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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