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유혜재/엄마같은 선생님

  • 입력 2002년 3월 21일 18시 30분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오전 11시가 되면 아이에게 순회수업을 해주시는 박춘희 선생님이 오신다.

지난주 수업날에는 아이가 고열과 미열이 반복되는 증상이 있어서 해열제를 먹고 수업도 못 받고 누워 있던 모습을 보시고 가셨는데, 오늘 선생님께서 자신의 자녀에게 먹였더니 감기에 잘 걸리지 않고 좋더라며 명선이에게 먹여보라고 배즙 다섯 팩과 쌍화차 세 팩을 조그만 비닐봉지에 담아 오셨다. 그리고 아이 수준에 맞는 선긋기와 그리기 미술책을 선물로 주셨다.

아이에게 학교 공부를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께 나는 아이 엄마로서 변변한 대접 한번 하지 못했는데, 선생님으로부터 아이의 책과 배즙을 받고 보니 송구스러울 뿐이었다. 배즙과 책을 주신 고마움에 순수한 감사의 마음으로 백화점 소액상품권 한 장과 감사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종이백에 넣어 드렸더니, 선생님은 편지만 받겠다며 상품권은 완강하게 거절하시며 돌려주셨다. 배즙에 담아주신 선생님의 사랑을 상품권과 비교할 수 있을까.

현재 열 살인 명선이는 1급 중복정신지체 장애아로 누워서 생활하고 있으며, 인천 인혜학교 순회부에서 선생님이 일주일에 두번 집으로 방문해 가르쳐 주신다. 따스한 마음이 담긴 선생님의 배즙 사랑이 명선이를 아프게 했던 열감기 불청객을 어느덧 쫓아버렸다. 환한 배꽃이 만발한 꽃동산으로 명선이는 달려간다.

유혜재 인천 계양구 효성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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