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영언/불청객 황사

  • 입력 2002년 3월 21일 18시 30분


한반도가 온통 뿌옇다. 흡사 분무기로 무슨 약물을 뿌려 놓은 것 같다. 해마다 봄이면 나타나는 반갑지 않은 불청객 황사(黃砂)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 온 것이다. 이번 황사는 어느 때보다도 강력해 시정(視程)이 크게 짧아졌다. 더욱이 흙먼지 속에는 카드뮴 알루미늄 납 등 중금속 성분이 포함돼 대기 토양오염은 물론 눈 호흡기 등 질환까지 부를 수 있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마스크를 끼거나 손으로 코를 막고 거리를 걷는 시민들의 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사막이나 황토지대의 작은 모래나 흙이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 떨어지는 황사현상은 역사시대 이전부터 있었던 매우 오래된 현상이다. 우리의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이 자주 등장한다. 태종 11년에 14일동안 흙비가 내리고, 숙종 7년에 강원도와 평안도에 흙비가 내려 옷에 혼탁한 황톳물자국이 남았다는 기록이 있다. 특히 성종 9년에는 흙비가 내린 것과 관련해 임금이 정치를 잘못하거나 자격이 없는 사람이 벼슬자리에 앉은 응보(應報)라고 적고 있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황사의 발원지는 주로 중국 내륙지방이다. 이는 일본을 거쳐 미국까지 이동한다. 그래서인지 황사가 발생할 때마다 중국이 원망스럽다. 마치 거대한 중국의 그림자가 조그만 한반도를 짓누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실제로 중국의 책임도 적지 않다. 급속한 산업화로 광활하던 산림과 초지의 면적이 크게 줄어들고 있고 이것이 황사의 한 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기가 억울한 모양이다. 중국 국가 환경보호총국은 최근 지난해 모두 32차례의 황사현상이 발생했는데 이 중 중국에서 발생한 것은 44%인 14차례에 불과하다는 보고서를 냈다. 절반 이상이 몽골이나 카자흐스탄의 사막지대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황사현상을 줄여 나가기 위해 중국은 조림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한국 중국 일본 3국은 생태복원을 위한 협력사업을 펴나가기로 했다. 동아시아 환경단체들도 숲 조성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눈에 띄는 조치들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앞으로 몇 년간 황사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연구결과까지 나오고 있다. 말뿐만이 아니라 실천이 따르는 구체적인 황사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창문을 열고 싶은 봄인데, 황사가 이를 막고 서있으니 어찌 봄이라고 하겠는가.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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