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의 축’ 아태재단은…

  • 입력 2002년 3월 14일 18시 37분


아태재단 김홍업(金弘業) 부이사장은 14일 자신에 관한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그동안 사용해오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개인사무실을 폐쇄했다.

한 측근은 “역삼동 사무실은 97년 대선 당시 김 부이사장이 운영했던 여론조사기관 ‘밝은 세상’의 사무실이었다. 재단에 있으면 민원인들이 쫓아다니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사무실을 계속 써온 것인데…”라며 이같이 전했다.

아태재단도 마찬가지이다. 김 부이사장은 이수동(李守東) 전 상임이사가 구속되기 전까지는 매주 월요일 출근해 간부회의를 주재했지만, 이 전 이사 구속과 함께 재단이 여론의 집중 질타를 받게 되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재단의 한 관계자는 “소낙비가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뭐라 한들 해명이 되겠느냐”며 “일단 오는 비는 맞고, 그 다음 조목조목 시시비비를 가려 법적인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14일에도 서울 동교동의 아태재단 건물(5층)은 깊은 적막에 휩싸여 있었다. 재단의 비리 연루의혹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자 직원들은 아예 ‘대인 기피증’에 걸린 사람들처럼 몸을 사리는 분위기였다.

기자를 포함한 외부인들은 현관에서 약 1시간 정도를 기다린 뒤에야 간신히 직원들을 대면할 수 있었다. 한 직원은 “우리가 아무리 해명해도 언론에서 우리 얘기는 안 써주니…”라며 한숨을 내쉬었고, 다른 직원은 “재단에 들어오면 이런 저런 전화에 시달리기 때문에 아예 밖으로 나돈다”고 귀띔했다.

아태재단에 돈을 빌려준 김 부이사장의 친구 김성환(金盛煥)씨에 대한 원망도 적지 않았다. “빨리 특검에 출두해 그 돈이 이용호(李容湖)씨 돈과 관련이 없음을 분명히 밝혀줘야 한다”는 것이 직원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한 직원은 “김씨가 뭔가 말못할 사정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기자에게 △이수동씨의 퇴직금 수령 현황 △아태재단 직원들이 제출한 사표 △올해 초의 연봉제 계약서 등을 보여주면서 “만일 이용호씨 돈이라면 우리가 100만원권 수표 100장으로 받았겠느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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