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자금 싸고 진흙탕 공방 "이인제엔 얼마줬나"

  • 입력 2002년 3월 5일 18시 43분


민주당 김근태(金槿泰) 상임고문의 경선자금 고백으로 촉발된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정치자금 공방이 갈수록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상임고문, 민주당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를 직접 겨냥해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5일 한나라당 주요당직자회의에서는 “아내가 식당을 해 모은 예금과 곗돈으로 다른 의원들을 지원했다”는 권노갑(權魯甲)씨의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이강두(李康斗) 정책위의장은 “권씨가 스스로 무정한 남편임을 자처하는데 지금이라도 검은 자금의 출처와 배경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고 이상득(李相得) 사무총장은 “여권의 정치자금 핵인 권씨의 해명을 누가 믿겠느냐”고 말했다.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권씨가 ‘미운 털’이 박힌 김근태(金槿泰) 정동영(鄭東泳) 의원에게 2000만원씩 줬으면 ‘예쁜 털’이 박힌 사람에게는 얼마를 줬겠느냐”며 이인제 고문에 대한 자금 지원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또 “검찰과 선관위는 권씨의 돈이 어디에서 조달되어 누구에게 얼마나 지원됐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고문은 4일 “권씨로부터 직접 받은 것은 없다”고 여운을 남겼으나 이 고문의 한 측근은 5일 “권씨로부터 돈을 받은 적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민주당도 당 차원의 총력대응체제로 반격에 나섰다. 설훈(薛勳) 의원은 기자회견을 갖고 “이 총재와 이 총재의 장남 정연(正淵)씨가 살고 있는 호화빌라 두 채는 각각 1년 임대료가 1억원이 넘는다”고 주장하면서 정연씨의 생활비와 소득 출처 등을 문제삼았다.

그는 “정연씨의 경우 하와이 동서문화센터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는데 얼마나 급료를 받기에 연간 임대료가 1억원이 넘는 호화빌라를 1년 내내 사용하는지 밝혀라”며 “정연씨 내외의 국내 체류비, 미국의 집세, 미국에서의 생활비, 빈번한 국내출입 항공료를 포함할 경우 한 달에 최소 수천만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은 “이 총재가 자신의 정치자금에 대해 어물쩍 넘어갈 경우 우리가 알고 있는 이 총재 주변의 몇 가지 의혹사건과 두 아들의 석연치 않은 행보에 대해 추가로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한나라당 측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 “이 총재는 사돈 소유의 집에서 살고 있고 정연씨는 가까운 친척이 빌린 집을 가끔 이용하고 있다. 정연씨는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 등에서 다년간 경제전문가로 근무해 그 정도의 지출은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송인수기자 issong@donga.com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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