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한미증시 등락 ‘붕어빵’탈피?…이달 나흘만 닮은 꼴

  • 입력 2002년 2월 24일 17시 25분



최근 한국 주식시장이 간밤의 미국 주식시장 등락 결과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13거래일 동안 종합주가지수가 전날 다우지수의 등락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날은 4일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15일과 21일에는 전날 다우지수가 100포인트 가량 하락했는데도 종합지수는 이에 영향을 받지 않고 올라 눈길을 끌었다.

나스닥지수와도 다른 행보를 보였다. 종합지수는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22일까지 단기 하락한 뒤 반등하는 ‘V자형’ 움직임을 보이면서 0.6% 오른 반면 나스닥지수는 같은 기간 줄곧 내림세로 13% 하락했다. 한국 주식시장의 이 같은 차별화된 흐름은 연초 이후 각국 지수의 추이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최근 시장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외국인의 매매에 크게 휘둘리지 않는다는 점. 외국인은 최근 6일 동안만 거래소에서 6100억원을 순매도하는 등 이달에 2300억원을 순매도했다. 하지만 종합지수는 기관과 개인이 외국인의 매물을 소화해낸 덕분에 이 기간 중 6%가량 올랐다.

미국 증시와 외국인 매매 동향이 한국 주식시장에 예전만큼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은 ‘미국 증시의 약세와 외국인 매도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정표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최근 미국 증시의 불안한 움직임이 ‘부실회계’라는 미국 내부의 문제에 따른 것이므로 한국 증시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또한 한국 증시는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로 20∼50배에 이르는 미국 일본 대만 등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돼 있고 경기 회복 속도가 빨라 중기적인 상승 추세가 유효하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매매에 영향을 받지 않는 배경에 대해 양신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투자자들의 긍정적인 증시 전망과 더불어 저금리로 인해 풍부해진 유동성을 꼽았다.

양 연구원은 “지난해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는데도 주식이 대체 투자수단으로 떠오르지 못했던 것은 기업의 수익 악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며 “경기 회복이 진행되고 있어 올해 초 부동산시장에 자금이 몰렸던 것처럼 주식시장에도 유동성이 흘러 들어오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동근기자 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