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화제]2년7개월만에 복귀 '배드민턴 여왕' 방수현

  • 입력 2002년 2월 17일 17시 52분


코트에 복귀한 ‘배드민턴 여왕’방수현이 한국배드민턴에 진 빚을 갚고싶다며 활짝 웃고 있다.
코트에 복귀한 ‘배드민턴 여왕’방수현이 한국배드민턴에 진 빚을 갚고싶다며 활짝 웃고 있다.
여자 나이 만 서른…. 그것도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서 집안 일에만 매달리던 주부가 뭔가 새로 시작한다는건 여간해선 쉽지 않다.

96애틀랜타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리스트 방수현. 그가 지난 4일 소속팀인 대교 눈높이 여자배드민턴팀 트레이너겸 선수로 코트 복귀를 선언했을 때 주변에서 깜짝 놀란 것도 바로 이때문이었다.

재미교포 의사인 남편 신헌균씨(33)와의 ‘생이별’은 그렇다치더라도 18개월된 첫 아들 하랑이가 눈에 밟히지 않을까? 물론 하랑이는 친정에 맡긴다 하지만... 2년7개월만에 라켓을 다시 잡은 그를 15일 한국체대 체육관에서 만났다. 명랑 쾌활하고 똑소리나는 말솜씨는 여전히 금메달감.

#이거 원,몸이 근질근질해서

지난해 TV 해설자가 돼 어차피 일년에 두세차례 귀국해야 했다. 이때 마침 대교 서명원 감독의 제안이 있었다. 나도 남편의 귀가를 기다리며 혼자 아기만 보느니 더 늦기 전에 나 자신을 위해 뭔가 하고 싶었다. 후배들을 통해 한국배드민턴에 진 빚을 갚아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다. 내 마음이 기울어지자 신랑도 어렵게 허락했다. 다시 코트에 서니 생활에 활력이 생긴다. 글쎄,한 2,3년은 더 할 수 있지 않을까?

#체력만 따라주면

후배 교육에 집중하겠지만 우리 선수들이 부상당하거나 불가피한 경우엔 선수로도 나설 수 있다. 문제는 체력. 지금은 후배 (나)경민이에게 게임도 안될 것이다. 한 세트도 이기기 힘들 게 뻔하다. 미국에선 가끔 사회인 클럽에서 재미로 경기를 가졌다. 조그만 오픈 대회에 출전하는 남자 선수가 도전해 왔는데 한점도 안주고 영패를 안겼다.깔깔깔...

#말 안하고 버티기

남편과 혈액형이 같은 A형인데 결혼 이후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 화가 나면 말을 안하는데 남편이 견디지 못한다. 내가 잘못해도 금방 자기가 먼저 미안하다고 한다. 바가지 긁을만한 것도 그다지 없다. 결혼생활은 대만족이다. 몇 년후 딸을 하나 더 낳고 싶은데 남편이 반대다.

#살찐 수산티

인도네시아 대표 선수였던 산토스를 통해 그때 그시절 라이벌들 소식을 간간히 듣고 있다. 산토스가 결혼하고 뉴욕으로 왔는데 내 소식을 듣고 수소문해 연락해왔다. 영원한 맞수였던 수산티는 부자들 클럽에서 코치 생활하다 결혼해 애 둘 낳고 잘살고 있단다. 집안일 만 하고 있는데 살이 많이 쪘다는 소식을 들었다.한번 보고 싶다.

#주량은 소주 2병

태릉선수촌 생활땐 술을 거의 안마셨다. 주말에 다른 선수들과 어울려 놀러간 적도 없다. 이 때문에 내가 술을 전혀 못마시는 줄 아는데 아빠(원로 코미디언 방일수씨)가 워낙 술 잘하시니까 좀 먹기는 먹는다. 소주 2병 정도는 괜찮다. 하지만 술 때문에 일년 더 선수생활을 했다. 98년 10월 전국체전에서 소속팀이 예선탈락하자 화가 나서 술김에 “나 열받아서 그만 못둬요. 일년 더 할거예요”라고 내뱉었는데 다음날 언론에 ‘방수현 은퇴 미룬다’고 대서특필됐다. 꼼짝없이 99년 6월 종별선수권까지 일년 더 현역으로 뛰었다.

#천사표의 빛과 그림자

선수때 선행으로 ‘천사표’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는데 물론 사람이 착하다면 좋다. 하지만 너무 그러면 계속 착해야 하는데…. 때론 안좋을때도 있다. 살다보면 거절해야 하는 부분도 있는데 사람들이 “이 사람은 다 해줄 것 같다”고 생각하니까 딱 부러지게 거절도 못하겠고, 그러면 냉정하다고 할 것 같고. 휴∼원래는 내숭도 못떠는 딱 부러지는 성격인데.

#격려는 최고의 보약

2000년 시드니올림픽 성적 부진으로 요즘 배드민턴이 한 물 갔다는 소리가 많은데 그럴수록 더 좋은 선수 많이 나오게 격려해 줬으면 좋겠다. 관심 가져주면 선수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 팬들이 과거 저를 응원해주셨던 사랑을 자라나는 선수들에게도 듬뿍 안겨주면 좋겠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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