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호주 브래드버리 상대 모두 넘어져 꼴찌가 우승

  • 입력 2002년 2월 17일 17시 42분


“이보다 더 운 좋은 사나이가 있을까.”

17일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호주의 스티븐 브래드버리(29·사진)는 누구도 금메달을 따리라고 예상치 못했던 선수. 그도 그럴 것이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등을 통틀어 개인전에서 단 한번도 5위 안에 든 적이 없다. 단지 94년 릴레함메르올림픽에서 호주팀의 5000m 계주선수로 뛰어 단체 동메달을 딴 게 최고성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 ‘행운의 여신’은 처음부터 그의 편이었다. 그것도 한번도 아니고 무려 세 번씩이나….

그의 믿어지지 않는 ‘행운의 레이스’는 8강전부터 시작됐다. 8강전에서 레이스 도중 넘어졌으나 캐나다의 마크 개그넌이 반칙으로 실격당하는 바람에 4강에 진출했고 준결승에선 김동성(한국)에 이어 마튜 터코테(캐나다), 리자준(중국)까지 넘어지자 1위로 골인했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결승전. 브래드버리는 5명이 나선 결승에서 최하위로 달리다 앞선 4명이 결승선 앞에서 줄줄이 나가떨어지는 바람에 여유있게(?) 금메달을 따냈다. 그는 관중의 야유에도 아랑곳없이 두 팔을 치켜들며 환호했다. 그는 “나 스스로도 운 좋은 남자라고 생각한다. 신은 언젠가는 당신에게 미소를 짓게 된다. 오늘은 나의 날”이라며 껄껄 웃었다.

솔트레이크시티〓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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