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을 흔드는 인사 안된다

  • 입력 2002년 2월 5일 17시 37분


어제 이루어진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들에 대한 인사는 이 정부 들어 유례없을 정도로 진통을 겪은 난산이었다. 지역안배 등에서 흠을 잡히지 않으려고 고심한 흔적이 보이고 각종 게이트에 책임이 있는 대검 차장과 중앙수사부장에 대해 문책인사를 한 것이 눈에 띈다.

이명재(李明載) 검찰총장이 취임한 뒤 최경원(崔慶元) 법무부 장관이 돌연 경질되고 검사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여러 가지 추측과 검찰 내부의 술렁거림이 일던 터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 내부에서도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조직의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고 한다.

특별검사가 이용호(李容湖) 게이트의 진실을 속속 밝혀내면서 검찰에 대한 신뢰는 바닥에 추락한 상태다. 검찰 수사는 일단 의심하고 특별검사의 수사는 믿는 것이 민심이다 보니 국회에서는 특별검사를 상설화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검찰의 수사 잘못과 신뢰 상실로 게이트가 속출하고 특별검사가 도입된 것은 대검과 서울지검의 주요 수사라인이 내부 견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건강하게 짜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신창이가 된 검찰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서는 검사장급 이상 간부들에 대한 공정한 인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첫걸음에 불과하다. 검찰 인사가 시간을 끌며 진통을 겪은 것은 인선 과정에서 정치적 고려를 하려는 세력과 지루한 줄다리기가 있었기 때문으로 짐작이 간다. 청와대 파견검사들의 철수를 두고 민주당 일각에서는 권력 누수와 함께 선거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집권여당에 우호적인 인사로 검찰 주요 보직을 짜놓고 선거를 치러야 유리하다는 정치권의 낡은 사고가 바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해친 주범이다.

새 검찰 진용에 주어진 과제는 각종 게이트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양대 선거에서 엄정 중립을 지키는 것이다. 인사는 시작에 불과하고 앞으로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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