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형택 윗선 숨기려는 거짓말?

  • 입력 2002년 2월 3일 18시 30분


각종 게이트와 관련한 권력 주변 인사들의 거짓말에 정말 신물이 난다. 얼마 후에는 밝혀지는 일인데도 그 순간을 피해보려고 거짓말로 국민을 우롱하는 기막힌 일들이 되풀이되고 있다.

진도 앞바다 보물발굴사업과 관련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처조카 이형택(李亨澤)씨를 국가정보원에 연결시켜준 이기호(李起浩) 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은 처음 이를 부인했다가 뒤늦게 시인했다.

그가 또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는 당초 “이씨의 요청으로 국정원 차장에게 보물매장정보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이후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어서 이씨에게 연락해주었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해명했으나 차정일(車正一) 특별검사팀 수사 결과 거짓으로 밝혀졌다.

당시 국정원 목포출장소는 국정원 차장에게 매장 주장에 근거가 있다는 긍정적인 보고를 한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용호(李容湖)씨도 매장 가능성을 인정하는 국정원 보고서를 본 뒤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이 전 수석이 사건이 윗선으로 비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거짓말을 했을 것이란 의혹이 커지고 있다. 누구나 아는 일이 됐지만 보물발굴사업에는 청와대 국정원 해군 해양경찰청 등 국가의 중추기관이 개입됐으며 ‘국가사업’이라는 말까지 돌았다. 이 정도라면 경제 문제를 전담하는 이 전 수석 혼자 처리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당시 국정원장이 몰랐을 리 없을 것이고 당연히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을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보물 매장 가능성이 없어 마치 이 전 수석 자신이 종결 처리한 것처럼 해명한 데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 많다.

특검은 이 부분을 철저히 규명해내야 하고 김 대통령도 진실을 얘기해야 한다. 친인척 비리에 대한 두루뭉술한 사과 하나로 비켜가서는 안 된다. 비리 자체보다는 이를 감추기 위한 거짓말이 정권에 치명타를 준다는 것을 역사는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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