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급하니까 DJP야합 재탕?

  • 입력 2002년 1월 30일 18시 27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총재가 다시 만나 ‘우의’를 다짐하는 것을 보는 국민의 심정은 착잡하다. 오로지 대통령선거 당선만을 위해 이념도 소신도 팽개친 채 만들어낸 ‘DJP연합’이라는 흘러간 필름을 다시 보는 것 같다.

그제 밤 회동에서 김 총재는 “내각제 추진에 정치 여생을 쏟겠다”고 했고 김 대통령은 “앞날에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니 이것이 또 무슨 뜻인지 헷갈리기만 한다.

무엇보다 필요에 따라 뭉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김 대통령의 자세를 이해할 수 없다. 지난 대선 때 DJP연합을 성사시켰던 김 대통령은 2000년 총선 때는 이를 깼고, 그 후 다시 민주당 의원을 자민련으로 이적까지 시키며 공조를 복원시켰다. 그러다가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 해임 문제로 공조를 파기했고 이번에 다시 서로 손을 잡으려는 듯한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국민 눈엔 필요없을 땐 버렸다가 사정이 급해지면 다시 찾는 것 같은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지금 급한 처지다. 대통령 친인척과 권력 주변 인사들이 개입된 무슨무슨 게이트로 온 나라가 시끄럽고, 국정은 여기저기서 삐걱거리고 있다.

이 같은 어려움에서 탈출해 정권 재창출을 도모하는 한 방안으로 다시 DJP연합을 꾀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게 우리의 의문이다. 민주당 자민련 민국당이 합하는 신3당합당설 등 정계개편 얘기도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DJP회동은 이 같은 의중을 서로 확인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민주당 총재직을 떠나면서 정치와 손을 떼고 국정에만 전념하겠다는 김 대통령의 약속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DJP연합이든 3당합당이든 내각제 추진이든 대선전략으로 이루어지는 어떤 시도도 안 된다. 그것은 3김 정치를 연장하는 또 하나의 지역주의에 불과하고 국민의 새로운 정치 열망에도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국민을 또다시 속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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