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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25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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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우리 생활의 전부냐는 자조가 늘 있어왔지만 언론이 온통 대선 국면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정작 챙기고 살펴야 할 사회의 중요 이슈는 그만 잊혀지기 쉽다. 하지만 우리네 살림사이가 어느 세력이 집권한다 해서 그에 전적으로 영향받는 것은 아니다. 우리를 둘러싼 변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곳곳에서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사소한 변화를 담아내는 노력을 언론은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매주 수요일 게재되는 ‘동아일보-Mbizon 여론읽기’는 각별히 주목할 만하다. 그간 일반인에게는 얼른 이해가 오지 않는 신뢰구간이니, 오차범위니 따위를 들먹이면서 전해준 통계란 것은 고작 ‘어느 당을 지지하느냐’ ‘어느 후보가 좋겠느냐’는 등 고만고만한 것이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 ‘여론읽기’는 교육 음식 등 누구나 공감가는 주제의 여론을 전하는 것이어서 그만큼 피부에 와 닿았다. 어떤 면에서 이것은 우리 사회의 변화를 감촉할 수 있는 소중한 지표라 생각됐다. 본지에서는 지면관계상 자세한 분석을 하기 힘들겠지만, 호흡이 좀 긴 섹션이라든가 동아닷컴 같은 곳에서 ‘여론읽기’의 내용을 좀 더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것도 괜찮을 듯싶었다.
건강에 관한 관심은 새해 들어 더욱 요란스러워진 느낌이다. 얼마전 한 외신기사를 보니 인간의 수명을 두고 노화전문가 두 사람 사이에 내기가 벌어졌다고 한다. 한 학자는 130세를, 다른 학자는 150세를 주장하면서 5억달러를 걸었다고 하니, 건강과 인간의 수명이 살아 있는 모든 이에게 늘 관심사인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최근 우리 곁에서도 금연운동이 전 사회적 압력으로 진행되고 있고, 한 TV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채식열풍도 몰아치고 있다. 별다른 검증없이 모두들 우르르 그쪽으로 몰려갈 때 ‘채식만이 능사는 아니다’(1월 21일자 D2면) 기사는 단연 눈길을 끌었다. 육식이니 채식이니 한쪽 일변도의 식사보다는 균형잡힌 식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한 신선한 기사였다.
한편 지난 2주 동안 교육에 관한 기사가 전반적으로 많았던 것 같다. 동아일보와 한국교육개발원이 공동으로 기획한 ‘우리의 미래, 교육에 달렸다’(1월 22일자 A21면)는 한 면을 통튼 시리즈였고, 1월 24일자에는 아예 섹션 하나를 ‘대학 가는 길’로 발행하기도 했다.
이밖에 ‘조기취학’ ‘학원 교습시간 무단 연장’ 등에 관한 기사도 등장했다. 하지만 나의 눈길은 다음 기사에 오래 머물렀다. ‘초중고생 30% 주요과목 학력, 수준 이하’(1월 14일자 A29 면). 우리 사회의 에너지가 가장 많이 투여되는 곳의 하나가 교육인데, 실상은 왜 이럴까.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이를 상세히 밝히는 분석기사가 없어 아쉬웠다.
이갑수 시인·출판사'궁리'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