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래 죽음 몰고온 초음파 소음

  • 입력 2002년 1월 15일 18시 39분


군함에서 발사된 초음파가 고래의 떼죽음을 몰고 온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미 해군과 국립수산어업국 공동 연구팀은 2년 전 발생한 고래의 떼죽음이 미 해군 군함의 수중 초음파 탐지기(SONAR)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소나가 해양 생물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관계 당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건은 2000년 3월 15일에서 16일 사이에 바하마 해변에 16마리의 고래가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이 가운데 심해에서 사는 부리고래 5마리와 돌고래 1마리는 귀에서 피를 흘리고 죽어있었다.

미 해군과 국립수산어업국의 지원을 받아 2년 가까이 조사를 한 과학자들은 인근 해역에서 대잠수함 작전 중이던 미 해군 함정의 소나에서 발생한 소음이 고래의 뇌와 귀 뼈 근처에서 출혈을 일으켰다는 결론을 내렸다. 방향감각을 잃은 고래는 해변으로 밀려와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고래는 먹이에게 초음파를 쏜 뒤 반사파를 감지해 위치를 확인한다. 문제는 소음. 군함에 사용되는 소나는 매우 강력하다. 사고 당시 바하마 해역에서는 4대의 군함에서 각각 235, 225㏈의 소음을 내는 소나가 작동 중이었다. 이는 로켓포를 발사할 때 나는 소음과 비슷한 정도의 세기다.

미 해군은 ‘서타스’라는 보다 강력한 소나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에 따라 해군의 계획이 상당 부분 수정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영완 동아사이언스기자 puse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