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24시/과장님 우리 과장님④]"영어회화에 목 맨다"

  • 입력 2002년 1월 15일 18시 13분


탄저균 공포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26일. LG그룹 직원 40여명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샌디에이고 주립대 교정에 떼지어 나타났다.

왜? 오로지 본토에서 영어를 배워 보겠다는 일념에서였다.

이들은 그룹 연수원인 LG인화원이 운영하는 영어연수 과정에 선발돼 6주 동안 한국에서 합숙 교육을 받았다. 미국에서의 일정은 4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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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들은 고급 휴가라고 말하지만 나이 들어서 경험한 영어연수가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가족과 회사의 기대도 부담스러웠고요.”

이렇게 회고하는 LG텔레콤 박치헌 과장(35)의 이색 목표는 ‘마누라 따라잡기’였다.

부인 이나영씨(30)는 대학생 때 1년반 동안 캐나다에서 공부한 덕에 회화실력이 최상급 수준.

박 과장도 외국인과 의사소통은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그 정도 영어실력에 만족하느냐”는 이씨의 구박에 내심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

10주 동안 이를 악물고 영어에 매달린 박 과장은 미국에서 밤마다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 영어로 대화를 나누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그 결과 연수 전에는 곁눈으로 화면만 쳐다보던 미국 TV 드라마를 연수 후에는 이씨와 함께 앉아 느긋하게 ‘감상’하고 있다.

같은 회사 노상석 과장(36)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수업 받고 잠자고 밥먹을 때를 제외한 모든 시간을 인화원 내 어학실에서 보낸 것으로 유명했다.

이윽고 귀가 뚫리고 말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유창한 회화실력을 발휘했다.

삼성전자 법무팀 양윤영 과장(34·여)은 사내(社內) 어학 프로그램을 통해 영어의 문외한에서 ‘달인’의 경지에 오른 그룹 내 입지전적 인물.

92년 처음 받아 본 토익점수가 520점에 불과했던 양 과장은 93년경부터 일과시간 후 한시간반 동안 사내 영어회화반에서 공부했다.

3년 동안 쉬지 않고 정성을 다한 결과 96년 토익점수 930점을 얻었다. 또 치열한 그룹 내 경쟁을 뚫고 97년 9월∼98년 6월 한국외국어대 통역대학원에서 공부할 기회도 차지했다.

양 과장은 “아무리 공부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다고 생각될 때 가장 힘들었다”며 “시간을 투자해 꾸준히 공부하는 것 외에 왕도가 없다”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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