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2년 1월 14일 11시 48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치열했던 예선전
우루과이는 남미 예선을 통해 1골 차이의 골 득실 우세로 콜롬비아를 겨우 따돌리고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내는 행운을 누렸다. 본선으로 가는 길에 가장 큰 타격을 준 것이 베네수엘라와의 원정 경기 패배. 이 패배로 우루과이는 남은 예선 한 경기 한 경기를 피 말리는 접전 속에서 치러야만 했다. 야심차게 우루과이 대표팀을 맡아 지휘했던 파사예야가 2001년 2월 중도 하차하는 우여곡절을 겪고 푸아라는 새로운 선장이 팀을 이끌었지만, 예선 내내 조직력이라는 팀의 방향키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해 어려운 여정을 겪어야만 했다. 우루과이에 엑토르나 비안치 같은 부드럽지만 강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의 신뢰를 받는 지장이 있었다면 아마 예선의 결과는 상당히 다르게 전개되었을 것이었겠지만, 그들을 이끌었던 두 명의 감독은 팀의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이끌어 내는 데 실패했다. 사실 우루과이의 선수 구성으로 남미 5위를 차지했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넌센스가 아닌가 싶다.
이런 조직력 부재가 최악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 베네수엘라와의 2차 전이었다. 우루과이는 레코바, 몬테로 등 팀의 주축 선수를 구성한 라인업으로 남미 최약체로 평가 받는 베네수엘라 원정에 나섰지만, 다음 날 세계는 놀라운 소식을 접해야만 했다. 우루과이 2-0 패배. 베네수엘라는 나름대로 날로 강해지는 모습을 보이며, 최약체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팀이었지만 이 경기의 패배는 우루과이에게는 치명적이었기에 충격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우루과이는 남은 예선 네 경기 중 3 경기에서 순위를 다투는 콜롬비아, 에콰도르 및 최강 아르헨티나를 만나야 했기에 한 발만 잘못 디디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절대 절명의 순간을 맞았다. 반면 승리는 월드컵 직행 티켓을 안겨줄 일이었지만 라이벌들은 그리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았다. 콜롬비아를 홈으로 불러 들인 경기에서 1 대 1 무승부. 적진 에콰도르으 수도 키토 원정길에서도 2860m의 고지를 극복하지 못하고 1 대 1 무승부. 그야말로 레코바를 비롯한 모든 선수들의 혈투에도 불과하고 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만큼 베네수엘라 전 패배는 끝까지 우루과이 선수들의 발목을 붙잡는 덫이 되어 있었다. 마지막 필사의 적 아르헨티나와의 홈 경기. 이미 에콰도르는 티켓을 확정 지었고, 콜롬비아는 페루를 4:0으로 대파하고 우루과이 경기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르헨티나에게 진다면 플레이오프 티켓마저도 날아갈 수 있는 절대 절명의 순간.
우루과이는 가르시아, 데 로스 산토스 두 수비형 미들 필더들로 하여금 베론에 대한 강한 프레싱을 펼쳤다. 아르헨티나만 만나면 더욱 힘을 내는 우루과이 선수들이었지만, 이 날의 예선 마지막 경기는 최근의 그 어떤 대결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기에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한 아르헨티나의 깡패라 불리는 미들필더들도 기가 죽을 수 밖에… 필드를 장악하던 우루과이는 결국 실바의 선제 골로 기세를 높였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그리 만만하게 우루과이를 도와 주는 상대는 아니었다. 25분까지는 가르시아와 데 로스 산토스의 베론에 대한 압박 및 타이스의 효과적인 측면 공격으로 선취 골을 따냈지만 결과는 곧 반격에 나선 로페스에게 골을 허용 1 대 1. 후반은 여유로운 경기 운영을 유도한 아르헨티나의 수비를 뚫지 못하고 끝나고 말았다. 무승부. 콜롬비아가 한 골만 더 넣었어도 하마터면 남미 5위 확정 전이라는 유래 없는 일을 치를 뻔한 우루과이가 가까스로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내는 순간이었다.
호주와의 플레이오프는 더욱 혈전이었다. 원정 경기를 0 대 1로 진 우루과이에게는 그리 희망이 많아 보이지 않았다. 호주는 무승부 전략으로 나올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못 말리는 팬들이 있었고, 생명의 위협을 받은 호주 선수들은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기적과도 같은 3 대 0 승. 어떤 이는 우루과이의 승리를 협박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호주의 팬들은 우루과이의 몰 상식한 행위에 이를 갈고 있을 것이 분명하지만 그들이 현명했더라면 남미 특유의 지저분한 분위기에 대응을 했어야만 했다. 벌써 몇 번째 남미 팀들과 플레이 오프를 치르는 호주로서 이런 분위기를 탓하는 것은 자신들의 준비 부족을 인정하는 것 밖에 안 된다.
발톱을 세워야 하는 우루과이
홈 텃세를 철저하게 이용해 승리를 빼앗은 느낌이 드는 우루과이지만, 주전 선수들의 면면은 여타 어느 강 팀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멤버를 갖추고 있다. 본선에서 덴마크, 세네갈과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일 A조의 향배는 과연 우루과이가 어떻게 변한 모습으로 본선을 맞이 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현재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푸아'의 팀 장악력이나 카리스마로 볼 때 낙관적으로만은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선수 구성면에서는 덴마크 보다 낫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레벨의 선수들로 구성된 우루과이가 잠재력을 얼마 만큼 끌어내느냐가 치열한 조 2위 싸움의 포인트가 될 것이다.
Squad
3-5-2 전형을 사용하는 우루과이 최대의 장점은 남미 예선을 통해 최소 실점(득 19, 실 13)을 기록한 안정적인 수비진. 향 후 몇 년간은 골 문을 지켜줄 것으로 보이는 유벤투스의 카리니를 필두로 세계 최고의 수비수 중의 하나로 꼽히는 유벤투스의 수비수 몬테로가 이끌며 렘보, 로드리게스가 이루는 스리백은 예선 기간 최강 아르헨티나와 충격적인 패배를 안겨 주었던 베네주엘라 전 두 게임을 제외하고는 2점 이상 실점한 기록이 없다. 몬테로는 기량에 비해 명성은 떨어지지만, 수비 리딩 능력으로는 최 정상급의 선수로서 우루과이의 뒤를 책임진다.
우루과이의 또 하나의 자랑은 탄탄한 미들필드 진, 가르시아(AC 밀란)와 데 로스 산토스(발렌시아)의 수비형 미들필더들은 팀이 있기에 우루과이의 골 네트를 흔드는 것이 더욱 어려워 보인다. 레코바가 이끄는 수비진과 이들 미들필더들의 조직력이 향상된다면 우루과이에게 골을 뽑아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양 쪽 윙 AS 로마의 기고우와 레알 베티스의 타이스 또한 상대팀에게는 위협적인 요소이다. 현대 축구에서 미들필드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우루과이는 그 구성원만으로는 이미 탑 레벨에 올라 있다고 보아야 한다.
문제는 예선 기간 동안 제 기량을 보여 주지 못하며 남미 예선 통과 국가 중 최소 득점을 기록한 공격력과 팀 전체의 조직적인 플레이의 부족이다. 우루과이의 지단이라 불리는 레코바(인터 밀란)와 다리오 실바(말라가), 마가야네스(베네치아) 수준급의 투 톱을 보유하고도 게임 당 1.05점의 득점 밖에 올리지 못한 공격력이 예선 내내 우루과이를 어려움에 빠뜨렸는데, 다행히 레코바가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고 있다는 것이 우루과이의 앞 날을 밝게 해 준다. 레코바가 최 정상의 게임 메이커로 팀을 이끌고, 기고우와 타이스의 위력적인 윙 플레이에 조직력이라는 무기를 장착한다면 상대에 따라서는 충분히 8강 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예선을 통과한다고 해도 죽음의 조 F조 1위와 만나게 된다는 것이 우루과이의 슬픔이지만…
우루과이에게 이제 남은 숙제는 한 가지 뿐이다. 조직력이라는 날카로운 발톱, 유기적인 플레이의 강화. 황제 브라질과 똑 같은 과제를 우루과이도 부여 받았다. 예선 최약체로 분류되던 에콰도르의 분전은 홈에서의 자신감과 조직력으로 일구어 낸 것이라는 것을 이들 나라의 선수들은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월드 클래스에서 경쟁력을 지니려면 자신을 죽이고 팀을 살리는 플레이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많은 사례를 보아서 알고 있다. 특히 개인기가 탁월하다는 남미나 아프리카의 팀들을 통해서….
비록, 푸아 감독의 카리스마가 예선 내내 해결되지 못했던 이러한 문제를 단 기간에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경기 중 그나마 재미있게 지켜볼 수 있는 A조의 재미를 배가 시키기 위해서라도 우루과이의 분전을 기대해 본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