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30代 뉴욕독신여성의 솔직한 性的 수다'섹스&시티'

  • 입력 2002년 1월 11일 17시 34분


98년부터 방영 중인 미국 HBO 채널의 인기 시트콤 ‘섹스 & 시티’는 미국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젊은 전문직 여성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성(性) 칼럼니스트, 영화 홍보이사, 화랑 딜러, 변호사 등 30대의 뉴욕 상류층의 싱글 미인들이 털어놓는 솔직한(!) 성(性) 담론에서 억눌린 욕망이 대리발산되는 쾌감을 맛보는 듯싶다

이 책은 최근 패션계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20∼30대 여성에게 입소문으로 최고 인기를 누리는 ‘섹스 & 시티’의 원작 칼럼집이다. 시트콤 주인공인 캐리 브래드쇼처럼 성(性) 관련 칼럼을 써온 여성작가 부쉬넬이 1994년부터 ‘뉴욕 옵저버’지에 연재한 것. 성에 개방적이라는 미국에서도 뉴욕의 상류층 젊은이들의 요란스런 성 풍속도는 꽤나 충격적이었던지 적지않은 화제를 불러모았다.

재기발랄한 문체가 돋보이는 칼럼은 ‘처녀들의 저녁식사’에서 오갈만한 내용의 솔직담백 하고 용감무쌍한 성적 수다를 펼치고 있다. 때론 적절히 가린 것이 더 야해보이듯, ‘∼카더라’식의 인용으로 재구성된 성적 에피소드가 상상력을 자극한다.

칼럼에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대강 이러하다. 일년에 열두번 여자를 갈아치우는 마흔셋의 독신 ‘섹스 선수’가 어떻게 처음으로 여자에게 채이게 됐는지, 미혼이거나 이혼 상태인 30대 여성들이 성(性) 에너지를 어떻게 해소하는지, 파티걸의 애인이 겪은 돈 많은 독신남의 추태는 어떤 것인지 등등.

여기 등장하는 뉴욕 문화계의 상류층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완벽한 결혼상대자와의 성적 환상에 사로잡혀 있고, 파티나 클럽에 몰려다니면서 ‘원 나잇 스탠드’(하룻밤 사랑) 파트너를 찾아 도시의 밤을 헤멘다. 한 인물의 이야기처럼 “‘불순의 시대’에서 순진한 사랑은 영화 ‘티파니에서의 아침을’에서나 볼 수 있을 뿐.” 클래식 뮤지컬 방송 광고 패션 등에서 세계문화의 수도이자 독신자의 천국인 뉴욕 맨해튼이 일순간 ‘팬트하우스’가 된 듯하다.

발언 수위가 적나라한 듯해 보이지만 문체가 재기발랄해 마치 고급 음담패설을 들은 것 같은 유쾌함을 남긴다. ‘타임’ ‘피플’ 등 저명지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작가는 이 글을 위해서 남성들을 술로 유혹(?)해 ‘트리플 섹스’ 토론에 참여시키고, 위험한 섹스클럽 행차도 마다하지 않은 열정을 보여줬다고 한다. 박미영 옮김, 원제 ‘Sex & City’(1997).

윤정훈기자 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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