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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월 3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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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동안 보험료는 26% 인상됐다. 그리고 지역 건보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고는 2000년도보다 70%나 증가한 2조6363억원을 투입했다. 진료시 환자 본인 부담을 높이고 의료수가는 삭감하는 조치도 취했다. 게다가 2000년도의 이월 적립금 9189억원도 몽땅 다 써버렸다. 그런데도 지난해 6월부터는 의료기관에 지불할 진료비가 없어 이자를 주고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하기까지 했다. 차입 총액이 5조원에 이르렀다. 매월 들어오는 보험료로 차입액을 갚아 나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진료비가 부족해 계속 차입해야 하는 형편이다.
▼3년만에 준비금 바닥▼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1997년만 하더라도 진료비를 지불한 후 적립해 놓은 준비금이 직장 건보가 3조4000억원이고 지역 건보는 9000억원이었다. 그러나 3년 만에 준비금은 바닥이 났다. 거기다 보험료나 국고지원 등 국민부담은 대폭 늘어났다. 보험혜택도 축소시켜 나갔다. 그런데도 진료비가 부족해 금융기관에서 계속 차입해야 하는 상황을 정책당국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이제 전 국민이 건강보험 빚쟁이가 됐다. 특히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과거 수지균형이 견실해 준비금도 많았고 평균 보험료가 지역 건보보다 50% 정도 많았던 직장 건보의 재정상태가 악화됐다는 점이다. 이는 의료 이용률이 비슷해진 상황에서 국고 지원액 2조6000억원 전액을 지역 건보 적자를 메우는 데 사용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수치상 지역 건보 적자액이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건보 재정이 심각한 적자를 면치 못하게 된 것은 97년 의보통합이 가시화되자 보험료도 올리고 알뜰히 보험재정을 적립하고자 하는 노사 모두의 주인의식이 급속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 직장 건보가 전국 단위로 통합되자 보험료 인상이 지역 단위의 생활문제에서 정치문제로 확대되어 적기에 보험료를 조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적자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안정적 수지균형은 보험제도의 핵심이며 성패의 관건이다. 우리나라의 현행 건강보험은 이미 파산상태라는 것을 모두 잊고 있는 듯하다. 건강보험제도를 갖고 있는 나라치고 보험료 인상, 과다한 국고 투입, 보험혜택 축소 등의 조치로도 모자라 돈을 빌려서 진료비를 감당하는 나라는 없다. 앞으로 직장 건보에 대한 국고지원 요구는 필지의 사실이다. 그러한 요구를 거절할 아무런 명분도 없고 현실도 그러하다. 건강보험제도에 있어 수지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충족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보험자는 가입자에게 합리적인 보험료를 부과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부과된 보험료는 제때에 징수되어야 한다. 셋째, 의료비 상승에 따른 보험료 인상이 적기에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의료비 증가가 효율적으로 억제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조건은 일시적이거나 인위적인 통제로는 달성될 수 없다는 것이 의료의 특성이다. 자율적으로 조정될 수 있는 건보 운영시스템일 때만 가능하다.
▼파탄원인 반성해야▼
또한 의약분업은 건강보험제도 안에서 실시될 수밖에 없고 건보 재정의 안정적 뒷받침 없이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 한마디로 건강보험과는 동전의 양면이다. 비현실적인 의약분업은 약의 오남용 예방은 고사하고 보험재정 악화와 국민 부담 증가만 초래할 뿐이다.
이제 우리 모두 겸허히 지난날을 되돌아 봐야 할 때다. 정확한 진단이 전제되지 않는 한 어떠한 질병도 제대로 치유될 수 없다. 지난 4년 간 소위 의료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취한 의료험 통합과 의약분업의 본질을 깨달을 때만 보험재정 안정방안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은 100여 년에 걸친 선진국의 경험과 이론이다. 20여 년에 걸친 필자의 제도 운영 체험 또한 같다.
김 종 대 복지문제연구소장·전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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