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남북한 통일방안의 전개와 수렴'

  • 입력 2001년 12월 28일 17시 26분


남북한 통일방안의 전개와 수렴/ 심지연 지음/ 483쪽 2만5000원 돌베개

멸공통일론, 북진통일론, 민주기지론, 선건설·후통일론, 연방공화국론, 민족화합민주통일론, 민족공동체통일론…. 분단 이후 수많은 통일 논의가 있었다.

남북한의 정치지도자 중 남북한의 통일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대해 반대하는 사람은 없지만, 문제는 통일의 방법이다. 서로 다른 이해 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동일한 목적을 겨냥할 때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방법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남북한의 당국자라면 서로 다른 통일 방안을 내놓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민주당 연구’, ‘인민당 연구’, ‘조선신민당 연구’, ‘조선혁명론 연구’, ‘대구 10월항쟁 연구’, ‘미소공동위원회 연구’, ‘김두봉 연구’, ‘허헌 연구’, ‘박헌영 노선 비판’ 등 광복 후 남북한의 정치사에 관해 많은 저서를 내놓은 저자(경남대 교수·정치학)는 남북한의 통일방안에서 차이점을 드러내기보다는 그 안에 담긴 공통점과 동질성을 찾는다. 어느 한 쪽의 사상과 입장만을 옹호하는 잘못에 빠지지 않기 위해 남과 북의 인식차이를 인정하는 거시적 시각으로 남북한의 통일방안 변천에 내포된 공통의 역사적 흐름에 주목한 것이다.

저자는 분단 이후 경쟁적으로 제시된 남북한의 통일방안의 변화가 상호 의견을 수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5단계의 과정이었다고 파악한다.

제1단계는 광복 직후부터 한국전쟁 전까지의 시기로 남과 북이 자주적 입장에서 통일을 실현하려는 ‘자주화 단계’다. 제2단계는 한국전쟁에 대한 유엔의 개입으로 한반도 문제가 국제문제로 확대되고 이로 인해 국제적 역량에 의존해 통일을 달성해 보려 했던 ‘국제화 단계’.

제3단계는 휴전 후부터 1970년대 초까지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려 했던 ‘탈국제화 시도 단계’로, 무력통일론 대신 평화통일론과 연방제, 선건설·후통일론이 등장했던 시기다. 제4단계는 이런 시도가 미국-남한-북한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한계에 부딪히는 ‘자주화와 국제화의 양립 단계’로, 이 시기에 남북한과 미국의 3자회담, 중국을 포함한 4자회담이 등장했다. 5단계는 통일이 결국 민족의 내부적 역량에 기초하고 합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데 남북이 인식을 같이하는 ‘자주화로의 공명 단계’다.

이 책에는 이밖에도 다양한 통일 관련 문헌자료가 실려 있다. 1948년 김구와 김규식이 김일성과 김두봉에게 보낸 편지 내용부터 2001년 남북한의 남북공동선언 1주년 기념 메시지까지, 남북한이 거쳐 온 통일방안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자료가 엄선돼 있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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