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2001증시 말 말 말]"외계인이 주식사야 1000 된다"

  • 입력 2001년 12월 27일 18시 19분


미국 증시가 90년대 중반 장기호황을 누릴 무렵 뉴욕 월가에서는 “이제 미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세 단어는 ‘I love you’에서 ‘Buy and Hold(주식 장기 보유 전략)’로 바뀌었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았다. 그 만큼 당시 주식시장은 활황이었다.

이처럼 증시에 나도는 농담 중에는 당시 사회상을 반영하는 것들도 적지 않다. 올해 한국 증시에는 어떤 우스개가 유행했을까.

외국인투자가가 주도했던 5월말 종합주가지수가 632선 돌파에 실패하자 “한국 증시가 지수 1000을 가려면 외국인이 아니라 ‘외계인’이 주식을 사야 한다”는 농담이 나돌았다.

9·11 미국 테러 직후에는 ‘어이없는’ 종목추천 시리즈가 최고조로 나돌았다.

△미국이 빈 라덴 체포후 축하파티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경축, 장기매수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장기간 철수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철수 안 하는 방법’의 전문 기업 안철수 연구소, 매수 △탈레반 군화 신발 밑창 10만개 공급계약설…미창, 매수 등.

또 사람들의 신경이 예민해졌기 때문에 담배인삼공사가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라는 해석도 등장했다.

10월 이후 한국 증시 급등에 대해서는 ‘팬티 이론’이라는 독특한 해석이 나왔다.

이는 ‘팬티 고무줄이 끊어져 놀란 사람이 팬티를 확 잡아 올렸더니 허리까지 올라왔다’는 뜻으로 당시 비정상적으로 주가가 오른 것으로 해석되던 증시 상황을 비유한 우스개.

종근당과 국순당 두 종목은 올해 들어 가장 자주 ‘매수’ 추천을 받은 종목. 대선을 1년 앞두고 정치권이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신당 창당설, 제 4당 창당설 등이 나돌 때마다 “신당 창당과 관련된 국순당과 종근당-단기 매수”라는 농담이 유행했다.

최근 벤처기업과 정치인이 연루된 각종 게이트 사건이 터져 나오자 코스닥 신규등록기업인 하우리가 매수 추천을 많이 받았다.

국민의 분노를 고려해 사법부가 비리 정치인들을 짐승 우리에 가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하우리의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는 우스개였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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