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데이트레이딩 "實보다 虛"

  • 입력 2001년 12월 27일 18시 19분


한국 증시는 세계에서 가장 데이트레이딩 기법이 발달한 증시로 알려져 있다.

증권거래소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한국 증시에서 데이트레이딩의 비중은 거래량 기준으로 46.06%에 이른다. 하이닉스반도체 영풍산업 현대상사 남광토건 등 네 종목은 데이트레이딩 비중이 60%가 넘는다.

그러나 데이트레이딩은 일반 투자자들이 겉으로 드러난 높은 수익률만 보고 멋모르고 따라하기에 적지 않은 위험이 따른다는 지적이다.

▽허와 실〓데이트레이딩 비중이 60%가 넘은 네 종목 중 하이닉스를 제외하면 모두 주가가 연초보다 올랐다. 남광토건과 영풍산업의 주가 상승률은 각각 369%와 115%나 된다.

문제는 모든 데이트레이딩 대상 종목들이 다 이런 결과를 낳지 않는다는 데 있다. 99년 이후 데이트레이더들의 집중 표적이 됐던 인터리츠가 대표적인 예. 각종 루머를 타고 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다가 다시 절벽으로 떨어지듯 하락했다.<그래프 참고>

게다가 데이트레이딩의 표적이 된 종목들 중 우량주라고 불릴 수 있는 종목은 거의 없다. 남광토건은 저가건설주 테마로, 현대종합상사와 영풍산업은 9·11테러 이후 금광과 유전 테마로 주가가 올랐으나 우량주와는 거리가 멀다.

실적에 기반해 주가가 올랐다기보다 루머와 그 루머를 떠받치는 데이트레이더들의 암묵적 담합에 의해 주가가 오른 면이 더 강하다는 지적. 게다가 금광과 유전 테마 등이 실제로 두 회사의 실적에 좋은 영향을 줄지는 아직 미지수다.

▽데이트레이더와의 싸움은 피하라〓데이트레이더는 개인투자자 중에서 전문가 집단이다. 보통사람이 이들과 맞싸워 유익할 게 없다. ‘데이트레이더들은 무지(無知)한 개인투자자의 돈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개인투자자 중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 종목을 최대한 빨리 뒤따라 샀는데도 불과 몇 분 뒤에 주가가 쭉 빠지는 황당한 경험을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는 데이트레이더들이 주가를 움직이기 쉬운 종목 가운데 몇 개를 골라 집중적인 매수와 매도로 단 몇 분 만에 주가를 뒤흔들기 때문.

또 이들은 ‘가벼운 속임수’를 쓰기도 한다. 인터넷 증권사이트 등에 특정 종목에 대한 거짓 루머를 올려 개인투자자를 끌어들인 뒤 단 몇 분 동안 이익을 챙기는 이들도 있다. 데이트레이딩 자체도 피하는 게 좋지만 데이트레이딩 대상 종목도 가급적 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부증권 장영수 기업분석팀장은 “2002년 증시는 어느 정도 강세장이 예상되는 만큼 우량주 위주의 중기 투자가 데이트레이딩보다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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