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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6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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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I스틸은 26일 “박 회장이 개인사정으로 사임서를 내고 대표이사 회장직을 물러났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앞으로 개인사업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당분간 INI스틸은 윤주익(尹柱益) 사장 중심으로 경영이 이뤄지게 된다.
이번에 물러난 박 회장은 고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창업주의 ‘오른 팔’로 꼽혔다. 한때 꽤 오랫동안 그룹종합기조실장과 현대상선 사장, 현대종합상사 사장직을 한꺼번에 맡기도 했다. 특히 숫자에 능통하고 아이디어가 많아 ‘꾀돌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다.
회사측은 퇴진 이유를 ‘개인사정’이라고 설명했으나 속사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박 회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단순히 회사이름을 영어로 바꾼 것이 아니라 독창적이고도 능동적인 경영스타일을 보여 주겠다”고 의욕을 보인 바 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전에 이계안(李啓安) 현대차 사장이 현대캐피탈 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배경을 살피면 이번 건(박 회장 사임)도 이해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부갈등 요인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정몽구(鄭夢九·MK) 현대차 회장을 보좌하는 핵심전문경영인들 사이의 ‘파워게임’에서 밀렸다는 뜻이다.
박 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67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주로 해외영업과 기획분야에서 일했다.
현대건설 해외영업 이사 때인 1980년 사우디아라비아 공사 리베이트와 관련, 구속돼 1년간 옥고를 치렀고 정주영 창업주가 대선에 출마했던 92년엔 국민당 대선본부 총괄본부장을 맡았다가 정몽헌(鄭夢憲·MH) 당시 현대전자 회장과 함께 구속되기도 했다.
과거 MK보다는 MH쪽과 더 가까웠다는 평을 들은 그는 현대의 대북사업 초기 MH측 인사 가운데 드물게 대북사업을 반대했다. 그는 지난해 MH와 MK의 ‘왕자의 난’ 과정에서 MK진영으로 옮겨 INI스틸 회장으로 일해왔다.
<김동원기자>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