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교사는 변혁의 주체 '교사는 지성인이다'

  • 입력 2001년 12월 21일 17시 40분


교사는 지성인이다./ 헹리 지루 지음 이경숙 옮김/ 422쪽 1만5000원 아침이슬

헨리 지루의 글은 언제 읽어도 글의 생기를 느낀다. 현재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석좌교수인 그가 보여주는 교육에 대한 열정과 분노는 ‘맞서 싸우는 희망’ 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교사들에게 희망의 목소리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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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는 신지식사회학의 토대 위에서 이탈리아 이론가 안토니오 그람시와 브라질 교육자 파울로 프레이리, 그리고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아도르노, 호르크하이머, 하버마스, 마르쿠제나 발터 벤야민 등과 같은 비판이론가의 사상을 흠뻑 적셔놓고 있다. 그래서 교사를 지성인으로 선언하는 그의 글은 사상적으로 육중할 수밖에 없다.

지루가 이 책에서 강력하게 드러내 보이는 메시지는 두 가지다. 먼저 교사를 변혁적 지성인이라고 선언하고, 이어 교사들이 지성인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교사들 스스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비판언어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다.

그는 교사를 단순히 “교사를 위해 만들어진 어떤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기계적인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본다. 교사는 단순한 노동자가 아니라 자유인이자 학생들의 지력을 불러일으키는 지성인이기에, 지금처럼 노동자로서의 교사와 교육정책입안자로서의 교유행정가라는 이분법적 담론을 해체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성인으로서의 교사라면, 그들이 무엇을 가르치는지, 어떤 방법으로 가르치는지, 무엇을 달성하고자 애쓰는지에 대해 질문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마치 대학에서 교수들이 학문의 정당성을 주장하듯이 일선교사들 역시 지성인으로서 그렇게 할 수 있다. 가르치는 역할이 기술의 훈련에 머물지 않고, 자유로운 사회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지성인을 교육하는 것이기에 교직은 민주사회를 개발하는 원리와 결합할 수밖에 없다.

지루가 비판적 언어를 내놓은 까닭은 교사의 활동을 문화정치의 한 형태로 이해하기 위해서다. 변혁적 지성인 범주에 핵심은 교육적인 것을 더욱 정치적으로, 정치적인 것을 더욱 교육적으로 만드는 데 있다. 정치적인 것을 더욱 교육적으로 만든다는 의미는 정치적 관심이 교육의 장과 밀접하다는 의미다. 학생들을 비판의 행위자로 대접하는 교육을 하며, 지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모든 이들이 질적으로 더 나은 학습을 하도록 강력히 논쟁하는 것이다. 이는 학생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자기 목소리를 낼 것을 요구한다.

이런 뜻에서 지루는 교사 스스로 변혁적 지성인이 되어야 하지, 단순히 자기들의 호구지책이나 근무조건을 염두에 두고 학생들을 마치 자기들의 인질로 간주하는 듯한 일부 교사들의 천박한 교직관에 제동을 건다. 이점이 지루가 결코 겉으로 드러내 놓지 않는 지성인스러운 매력이자 심리적 여백이다.

한준상(연세대 교육대학원장·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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