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북한 가르치기

  • 입력 2001년 12월 21일 17시 23분


북한 함경남도 신포 원자력 발전소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은 한국전력으로부터 월 100달러를 받는다. 북한 근로자들은 남한 근로자들이 한달에 2000∼3000달러를 받는 것을 알게 되자 “우리에게 100달러를 주면서 너희들은 매달 2000∼3000달러를 받느냐. 임금을 올려주지 않으면 철수하겠다”고 위협했다. 처음에는 남한 근로자들과 같이 달라고 요구하다가 400달러까지 내려갔지만 한전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 신발 섬유업체들은 현지 근로자들에게 월 30달러 정도를 지급한다. 이것도 투자여건이 좋은 수도 자카르타 지역의 임금이다. 베트남 하노이와 호치민의 한국 기업들은 월 40달러를 주지만 다른 도시로 가면 덜 줘도 근로자를 구할 수 있다. 100달러는 북한에서 일반 근로자가 만져보기 어려운 큰돈이다. 미화 100달러는 암시장에서 북한돈 2만원 정도에 거래된다. 북한에서는 생필품을 배급하기 때문에 자본주의 국가의 임금과 정확하게 비교하기 어렵지만 고위직인 상(장관)은 한달 임금이 320∼350원이다.

▷통계청이 내놓은 남북한 경제사회상 비교 자료에 따르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757달러로 1만달러에 접근한 남한의 12분의 1에 못 미친다. 북한에 대한 경제 통계는 통계청 외에도 미 중앙정보국(CIA)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등에서 매년 발표하고 있지만 북한의 통계와 자료 수집이 용이하지 않아 북한의 경제 실상을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북한의 산업현장에서는 언제나 지도자 동지의 지도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는 발표가 반복된다.

▷북한이 한전과 임금협상을 벌이다 100명만 남겨두고 철수하는 바람에 한전은 우즈베키스탄 근로자 440명을 들여와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아산에 의해 추진되는 개성공단에서도 북한이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보다 몇 배 높은 무리한 임금을 요구하면 남한의 중소기업들은 개성 대신에 자카르타와 호치민행을 선택할 것이다. 한전이 언어의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우즈베키스탄 근로자들을 들여와 임금을 높이는 선례를 남기지 않은 것은 북한을 위해서도 잘한 일이다.

<황호택논설위원>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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