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재옥씨 “남편 말씀에 승복하기로 했다”

  • 입력 2001년 12월 20일 16시 45분


박정훈(朴正勳) 전 의원의 부인 김재옥(金在玉)씨는 20일 전화 인터뷰에서 “남편의 말씀(19일의 해명서)에 승복하기로 했다” 며 말을 삼갔다. 김씨는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양심이 있어야 한다” 며 거듭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홍일(金弘一) 의원을 겨냥했다.

김씨는 “내 진심이 왜곡돼 마치 ‘값싼 폭로’ 를 한 것처럼 와전되는 바람에 ‘제2, 제3의 비밀을 털어놓겠다’ 는 당초의 다짐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 며 그러나 “이 문제 때문에 박해를 받게 된다면 (추가 폭로를) 못할 이유도 없다” 고 말했다.

-88년의 일을 지금에야 털어놓은 이유는….

월간지 기자가 김 대통령과 대우그룹 간의 정치자금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찾아왔을 때 남편은 정권이 끝난 다음에 말하겠다 고 했지만 나는 말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당시 현금을 담은 사과상자가 방 천장까지 쌓였다는 보도가 맞나.

다소 과장됐다. 그러나 내 생애 그렇게 큰 돈을 직접 본 적이 없다.

-박 전 의원이 16대 총선에 공천을 못 받은 것에 대한 보복인가.

단지 그 이유라면 작년에 폭로했을 것이다. 김 대통령이 양심이 있다면 그렇게 도움을 많이 준 대우그룹과 김우중(金宇中) 회장을 저렇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김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려 했으나 수위를 낮춘 것이다.

-김우중 회장과는 어떤 사이인가.

너무도 고마운 분이다. 늘 나에게 박 의원은 깨끗한 사람이니 나랏일만 신경 쓰게 하라 며 많은 도움을 주셨다.

-김홍일 의원에게 할 얘기가 남아있나.

김 의원이 나에게 “형수님 심정 잘 알지만 큰 일을 하다 보니 죄송하게 됐습니다” 라고 사과 한 마디만 했어도 이 고통을 어느 정도 잊을 수 있었을 것이다. 김 의원이 1월6일 출국하기 전에 사과를 받고 싶었지만, 김 의원은 “아버지와 상의해서 연락 드린다” 는 얘기만 하며 시간을 질질 끌었다.

-박 전 의원의 19일 해명서는 여권의 압력 때문에 나온 것인가.

상상에 맡기겠다. 이 인터뷰 기사도 남편의 해명과 크게 다르지 않게 맞춰 달라.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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