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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18일 18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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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의약을 대표하는 한약업사는 오늘날의 한의학을 탄생 발전시킨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한약업사(한약방)는 일제의 한의약 말살정책 속에서도 민족의 한의약을 보존해왔다.
지금의 한약업사는 대통령령에 의해 한약 임상경험이 5년 이상 된 자로 동의보감, 방약합편, 사상의학, 본초강목 등 11종의 한의서를 기초로 한 한방과목 시험에 합격한 사람이다. 현재 1800여명이 전국 중소도시와 농어촌 벽지에서 3만여 처방에 이르는 한약을 조제 판매하고 있다. 그들은 한약재 중에서 영사 경분 황단 등 난치성 질환에 사용되는 한약의 제법은 유일하게 알고 있는 한약분야의 전문인이다. 이들은 한의약의 귀중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마지막 세대이다. 그들은 조상 대대로 전승된 비방(秘方)과 값진 한방 경험을 국민들에게 나누어주고 다음 세대에 전해 줄 의무가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러한 소중한 한방 경험과 한의약 자산이 한방 의료제도의 미비와 한약업사의 노령화(평균 연령이 65세)에 따른 사망 폐업 등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따라서 민족의 한의약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젊은 한약사와 노령화된 한약업사의 통합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한약사로 하여금 한방의 맥을 잇게 해야 한다. 한약업사의 제도권 영입을 통해 값진 한방 지식을 학문화한다면, 조상 대대로 전승되어 온 비방과 평생에 걸쳐 쌓아 온 귀중한 경험들을 힌의학 자산으로 바로 활용하고 후손과 인류의 건강에도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한약사제도’ 는 1993년 한의사와 약사간에 벌어진 한약분쟁의 와중에서 생겨났다. 정부가 한방 의료정책에 대한 장기적 전망도 없이 한약분쟁의 미봉적 수습책으로 도입했으나 그 전제조건이었던 한방 의약분업은 아직도 실현 가능성이 요원하다.
약사법에서 정한 한약사의 직능은 사실상 한약업사와 거의 동일해 구분이 힘들다. 오히려 한약사의 처방과 조제 범위는 기존 한약업사에 비해 못하다. 한약사는 100가지 처방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 결과 2년 전 첫 배출된 한약사들은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되었고, 한약학과 재학생들의 전과 자퇴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약사와 한약업사의 통합은 한약사제도의 올바른 자리매김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최소 20년에서 많게는 50년 동안 한약방을 운영해 온 한약업사의 경력은 경과조치에 의한 한약사로의 전환에 충분한 자격요건이 된다고 본다. 또 한의약 전승의 역사적 사실이나 정통성에 비춰 봐도 한약사가 한약업사의 대를 잇고 있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이제 더 이상 한약사제도가 이해집단간의 기득권 다툼에 희생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이종대(전 대한한약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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