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어, 혹시 詩제목? 오피스텔 튀는 이름들

  • 입력 2001년 12월 13일 16시 59분


‘여러 줄 이어놓으면 그대로 시(詩)가 되겠네.’

‘**텔’ 또는 ‘**빌’로 끝을 맺는 전형적인 작명(作名) 공식이 도심 오피스텔을 중심으로 ‘전통의 향기와 여유’가 풍기는 이름짓기로 바뀌고 있다.

쌍용건설의 ‘경희궁의 아침’이 변화의 시초. 이 이름은 도심에도 쾌적한 주거공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마케팅하기 위한 고심의 결과다. ‘도심’은 번잡하고 매연많고 시끄러운 곳이라는 이미지를 갖기 때문. 쌍용건설은 광고카피만으로는 그러한 이미지를 바꾸기 어렵다고 보고 옛 궁궐터라는 지역적 특성을 이용해 ‘쾌적하고 여유있고 고급스러운 공간’임을 이름에서 나타냈다. 올해 5월 분양을 시작해 8월 1391세대의 분양이 완료됐다.

그 맞은편에는 금호건설의 ‘용비어천가(龍飛御千家)’가 분양중. 조선 세종때 선대의 왕업을 찬양해 지은 ‘龍飛御天歌’에서 일천천(千)과 집가(家)로 글자를 바꿨다. 약1000세대 규모라는 의미도 포함한다. 용비어천가는 공모를 통해 뽑힌 이름이다. 금호측은 “한국적인 이름이 외국인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벽산은 경희궁의 아침과 용비어천가 인근에 짓는 오피스텔의 이름을 ‘광화문 시대’라고 지었다. 고풍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한 다른 이름과 차별화하면서도 조선왕조의 500년 전통이 깃든 서울의 심장부라는 의미를 살렸다는 설명.

만강개발이 경기 분당 미금역 옆에 짓는 오피스텔 ‘천사의 도시’는 지역적 특성보다는 건물 자체의 특성을 강조했다. ‘천사’(〓여성)들이 모인 도시라는 이름으로 ‘여성전용 오피스텔’임을 나타낸 것. 천사의 도시는 화장대 전신거울 등이 내장돼 있고 여성들의 소품을 보관하기 좋게 수납공간이 많다. 14일부터 분양.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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